"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는 선수를 좋게 생각한다."
1번타자가 경기 시작하자마자,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초구를 치는 것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많다. 스트라이크, 자기가 좋아하는 공이 들어오는데 안치는 건 손해라는 의견이 있다. 또,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1번타자는 뒷 타자들이 투수 공을 보며 대응을 할 수 있게 그리고 초반 상대 투수의 힘을 빼는 측면으로도 어느정도 공을 지켜봐줘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1번타자가 초구 치고 허무하게 아웃이 돼버리면 우리팀 분위기는 안좋아지고, 상대 투수 기를 살려준다고 생각한다.
최근 LG 트윈스의 1번타자 이형종이 이런 1번타자의 선입견을 깨주고 있다. 이형종은 초구를 매우 좋아한다. 갖다 맞히려고 하는 타격도 없다. 방망이 돌아가는 게 시원시원하다. 13일 SK 와이번스전에서도 경기 시작하자마자 SK 선발 김광현의 낮은 공을 걷어올렸다.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됐는데, 매우 큰 타구였다. SK 노수광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2루타성 타구가 될 뻔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초구가 너무 낮게 들어오는 변화구라 방망이가 나가지 않았지, 2구째 곧바로 배트를 휘둘러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LG 류중일 감독은 "최근에는 3타석 연속 초구를 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류 감독이 말한 경기는 4일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당시 1번타자로 선발 출전해 첫 3타석 연속 초구를 건드렸다.
이형종은 최근 LG 부동의 1번타자다. 타율 3할8푼2리로 잘나가고 있다. 개막 후 1번은 좌타자 안익훈이었지만, 도망가는 타격을 한다는 류 감독의 판단에 2군에 갔다. 그 때 공교롭게도 스프링캠프 무릎 부상을 당했던 이형종이 회복해 올라왔고, 이형종이 안익훈의 빈자리를 메웠다. 류 감독은 "원래는 안익훈 1번에 강한 2번 이형종을 생각하고 있었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겁 없이 방망이를 돌리는 모습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이 강한 2번 우타자를 선호하는 건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부터 유명했다. 그렇다면 1번타자가 이렇게 거침없는 스윙을 하는 건 어떻게 바라볼까. 류 감독은 "분명히 장, 단점이 있다. 하지만 시작부터 스트라이크를 먹고 들어가면 수싸움에서 타자가 밀린다. 들어오는 스트라이크를 굳이 흘려보낼 필요가 있나. 나는 그래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는 타자들을 선호한다"며 이형종의 타격 스타일을 지지했다. 과연 공격적 1번타자 이형종이 류 감독을 앞으로도 쭉 웃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