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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대전은 용광로. 경기후 1시간 팬들환호 선수들폭풍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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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약진과 함께 팬들은 가슴이 뛴다. 지난 13일 대전 NC 다이노스-한화 이글스전은 시즌 4번째 만원관중을 기록했다. 1만3000명 정원의 소규모 구장임을 감안해도 일요일 경기 매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상대팀은 NC. 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등 만나면 티켓 발매량이 폭증하는 팀은 아니다.

토요일(12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일요일 아침부터 예매 표는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경기시작 50분전에 1만3000석이 매진됐다. 현장표와 취소분을 사기 위해 줄을 섰던 수백명은 아쉬움을 곱씹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경기 내내 열정적인 응원을 쏟아내기로 유명한 한화팬들은 최근 팀 경기력까지 빼어나자 모처럼 신이 난 모습이다. 한화의 경기 후반 육성응원은 독특하다. 대전이 원조지만 잠실구장 등 원정 경기에서도 그 우렁찬 울림은 그라운드에 전율을 선사한다. 한화는 이날 NC를 4대0으로 따돌리며 3위 자리를 지켰다. 14일 현재 공동 선두인 두산 베어스-SK 와이번스와는 3.5게임 차. 공동 4위인 KIA 타이거즈-롯데 자이언츠와는 3게임 차를 유지중이다.

이날 경기서 선발 키버스 샘슨은 7⅓이닝 10탈삼진 무실점 선발승을 따낸 뒤 MVP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뒤 라커룸으로 향하다 팬들의 사인요청 공세에 응했다. 야구공과 유니폼을 건네는 어린이 팬들에게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친절하게 사인을 했다. 팬들도, 샘슨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경기 후 대전구장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여러 겹으로 늘어선 팬들은 경기후 꽤 긴 시간이 흘러도 선수들을 기다리며 환호를 멈추지 않았다. 외야수 양성우는 재빨리 환복한 뒤 경기장을 나섰다가 주차장 쪽으로 접근하지도 못하고 운집한 팬들을 보고 놀라서 다시 들어오기도 했다. 양성우는 결국 쭈뼛쭈뼛하며 여러 선배들과 함께 경기장을 나섰다.

투수 최고참 배영수937)는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다. 지고 있어도 질 것같은 생각이 안 든다. 내가 승을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 팀이 이긴다면 그걸로 됐다. 내가 천년만년 현역으로 뛸 것도 아니다. 후배들과 큰 일 한번 내보고 싶다"며 웃었다.

집으로 향하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팬들도 많았고, 또 수십명이 선수들 차량 주변으로 몰려 줄을 서서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다수 선수들은 팬들의 사인 요청에 밝은 표정으로 응했고, 기념 사진도 찍으며 활짝 웃었다.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대전 KT 위즈와의 3연전도 주중임에도 불구, 빠르게 예매표가 팔리고 있다. 14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15일 경기는 6000여석, 16일과 17일도 비예보가 있는 상황에서도 각각 5000석 넘게 예매가 된 상황이다. 지난해 대전 주중경기 평일 관중은 6883명이었다. 관중동원력이 낮은 편인 KT임을 감안하면 이번주 예매율은 높은 편이다.

한화의 2018년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한용덕 감독, 장종훈 수석코치 겸 타격코치, 송진우 투수코치, 강인권 배터리 코치, 전형도 주루코치로 코칭스태프를 새로 구성할 때만해도 이 정도 파란을 예상하지 못했다. 수년간 스토브 리그 큰 손이었지만 리빌딩을 선언하며 투자를 멈춘 한화다.

지난 10년간 가을야구에 실패했지만 또 다시 인고의 세월이 필요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리그 1위의 견고한 불펜을 중심으로 마운드가 달라졌고,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은 타선을 바꿔놨다. 신구 조화를 이루며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직은 시즌 초반. 105경기나 남았다. 들뜨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지만 부상선수 관리, 투수들의 등판간격 유지, 주전 뎁스 강화 등은 의미가 있다. 찻잔 속의 돌풍으로 여기기엔 소용돌이가 예사롭지 않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