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같았던 열흘이었다. 그러나 가장 완벽한 경기력으로 바닥을 쳤다.
LG 트윈스가 악몽같은 8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LG는 9일 잠실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게임에서 효과적인 이어던지기로 3대2로 승리했다. 지난 달 28일 삼성 라이온즈전 승리 이후 11일 만에 맛본 승리. 류중일 감독과 코칭스태프, 주장 박용택을 비롯한 선수들은 시즌 초반 순위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큰 부담을 덜게 됐다.
경기 전 LG 더그아웃에서 선수들 분위기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차분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안 풀릴 때는 모든 면이 다 답답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선수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 LG는 투수들이 제 몫을 했고, 필요할 때 적시타가 나왔다. 또한 수비에서도 상대에게 넘어갈 수 있는 흐름을 잡는 호수비도 몇 차례 나왔다.
그 가운데 선발투수 임찬규의 호투가 가장 빛났다. 임찬규는 6이닝 동안 8안타를 내주면서 숱한 위기를 맞았지만, 공격적인 피칭과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실점을 최소화했다. 1회초 안타 2개를 내주고 맞은 1사 1,3루 위기를 벗어난 것이 호투의 원동력이었다. 1-0으로 앞선 3회초 2사 2루서 손아섭에게 좌전안타를 얻어맞고 동점을 허용했지만, 이후 다시 안정을 찾으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3-1로 앞선 5회초에는 2사후 김문호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지만, 수비진의 깔끔한 중계로 3루까지 욕심낸 타자주자를 아웃시키며 이닝을 끝냈다. 우익수 채은성-2루수 정주현-3루수 양석환의 중계가 완벽했다. 6회에는 1사후 이대호에게 우익수 앞 빗맞은 2루타, 2사후 문규현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해 1,3루에 몰렸다가 앤디 번즈를 108㎞ 커브로 투수 땅볼로 제압하며 실점을 막았다. 두 번째 투수 김지용이 8회초 한 점을 내주고 주자를 1명 남겨놓은 상태에서 내려갔지만, 마무리 정찬헌이 불을 끈 뒤 9회를 삼자범퇴로 틀어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사실 타선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지만, 필요할 때 점수를 뽑아냈다. 1회말 선두 이형종이 좌익선상 2루타로 출루한 뒤 김현수의 중전안타때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올렸다. 김현수의 적시타는 1회 2사후 터졌다는 점에서 흐름상 LG에게 의미가 컸다. 3회초 임찬규가 동점을 허용한 직후 3회말 다시 리드를 잡은 것도 승리의 기운을 북돋웠다. 1사후 이형종과 오지환이 연속 안타를 때려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박용택이 롯데 선발 윤성빈의 142㎞ 직구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터뜨리며 이형종을 불러들였다. 이어 김현수가 2루수 땅볼로 3루주자 오지환을 다시 불러들이며 3-1로 점수차를 벌렸다. 김현수는 3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리며 4번 역할을 톡톡히 했다.
LG는 8연승 후 8연패를 당해 이날도 심리적으로 부담이 클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이어던지기로 연패를 끊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또한 연패 과정에서 타순이나 투수들의 보직 등 전력 구성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류 감독의 행보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경가 후 류중일 감독은 "연패 동안 열심히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 더불어 우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도 마음고생이 많았을텐데 오늘을 계기로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한 뒤 "오늘은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잘 해줬다. 선발 임찬규가 잘 던졌고 이어나온 김지용과 조금 일찍 나온 정찬헌도 마지막까지 잘 막아줬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