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키스 먼저 할까요' 오지호, 박시연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부부다.
전 부인 곁을 자꾸 서성이는 전 남편. 믿고 따르던 선배의 남편을 빼앗은 여자. 텍스트만 놓고 보면 이보다 얄밉고 밉상일 수가 없다. 그런데 어쩐지 이 부부는 밉지가 않다. 오히려 안쓰럽고 마음이 짠해진다.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극본 배유미/연출 손정현/제작 SM C&C) 속 은경수(오지호 분), 백지민(박시연 분)의 이야기다.
'키스 먼저 할까요'에는 다양한 어른들이 있다. 더 이상 사랑이란 감정이 없다 믿었지만 사랑에 빠져버린 어른들도 있고, 친구의 불행에 가슴을 치는 어른들도 있다. 그리고 밉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정하지 못하고 마음 여린 어른들도 있다. 다양한 색깔의 어른들이 탄탄한 스토리로 얽혀 리얼멜로 '키스 먼저 할까요'를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극중 은경수는 안순진(김선아 분)의 전 남편이다. 안순진과 15살에 만나 연애 끝에 결혼했지만 딸을 잃고 안순진의 후배인 백지민 사랑에 빠졌다. 이혼 후, 백지민과 결혼해 딸까지 얻었지만 여전히 안순진 곁을 서성인다. 딸을 잃고 포기하듯 사는 안순진이 걱정돼 눈을 뗄 수 없는 것이다.
안순진이 손무한(감우성 분)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은경수는 손무한이 어떤 사람인지 눈에 불을 켜고 확인했다. 안순진이 진심으로 손무한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한편으로 안도했던 그다. 하지만 손무한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은경수는 걱정에 휩싸였다. 다시 사랑을 잃고 홀로 남게 될 안순진이 안타까워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손무한이 안타까워서. 은경수가 안순진 곁을 맴돌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드러났다. 시청자는 이제 은경수가 얄밉지 않고 안쓰럽다.
백지민 역시 마찬가지. 선배의 남편을 빼앗아 결혼했지만 그녀도 은경수 못지 않게 마음 속으로 안순진을 걱정한다. 그 걱정에 질투도 섞여 있지만, 원래부터 안순진을 너무도 좋아하고 따르던 그녀였기에 죄책감 때문에 쉽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도 못한다. 누구보다 먼저 손무한의 병을 안 백지민이 안순진을 찾아가 결혼을 말리거나 결혼식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 손무한과 만나 속마음을 쏟아낸 모습 등은 이 같은 백지민의 진심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오지호, 박시연은 색깔 있는 연기로 은경수와 백지민을 그리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상황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보다, 그 안에 담긴 캐릭터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배우로서는 더 어려운 연기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지호, 박시연은 '키스 먼저 할까요'에 결코 없어서는 안될 배우다. 두 배우 모두 캐릭터의 상황을 뛰어넘어 그 진심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키스 먼저 할까요' 속 은경수와 백지민은 결코 밉지 않다. 시청자들은 그 진심을 알기에 그들이 안쓰럽다. 밉지 않은 은경수 백지민이 있어서, 진심으로 다가서는 배우 오지호 박시연이 있어서 '키스 먼저 할까요'가 더 보고 싶고 마음이 간다. 한편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SBS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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