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황금빛 내 인생'을 끝낸 이다인을 만났다.
데뷔 4년차 배우가 됐다. 한 해에 한 작품, 꾸준히 하다 보니 필모그래피도 꽤나 쌓였다. 지난 2014년 tvN 4부작 드라마 '스무살'(김윤주 극본, 황준혁 연출)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MBC '여자를 울려'(2015)에서는 간호사 박효정 역으로 출연해 황경태 역을 맡았던 지일주와 커플 호흡을 맞췄다. 다음 해에는 KBS2 '화랑'(2016)을 통해 사극에 도전했다. 최민호가 맡은 수호의 동생이자 아로(고아라)의 친구인 수연 역을 맡아 시선을 모았다. 내숭도 가식도 없는 여인으로 등장해 연기 호평을 받았던 바 있다.
가장 최근 작품인 KBS2 '황금빛 내 인생'(소현경 극본, 김형석 연출)에서는 해성가의 막내딸인 최서현 역을 맡았다. 집에서는 재벌가 딸답게 교양있고 세련된 역할을 강요받으며 주눅든 모습을 보여줬고, 또 서지호(신현수)와는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묘한 '썸'의 관계로 시청자들에게 '막내커플'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았다.최서현도 집에서 막내, 서지호도 집에서 막내로 등장했기에 가능한 이름이자 이들의 귀여운 썸을 포장한 이름이었다. 이다인은 '황금빛 내 인생'을 통해 성장했으며 '견미리의 딸'보다도 '배우 이다인'으로 인식됐다.
'황금빛 내 인생' 촬영장은 이다인에게 학교였다. 이다인은 "극중 엄마인 나영희 선생님과 아빠인 전노민 선생님이 스타일이 완전 다르시다. 나영희 선생님은 저희 엄마(견미리)랑도 친하셔서 '잘한다, 잘한다'고 칭찬해주시고 또 엄마한테도 '너희 딸 너무 예쁘고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셨다더라. 반면 전노민 선생님은 조언을 해주시는 스타일이시다. 쉽게 말하는 당근과 채찍 같다. 엄마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고 아빠는 조언을 해주신다"고 말했다.
이다인은 방송 초반 시청자들로부터 '연기 지적'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다인은 "방송 초반에 안 좋은 댓글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그건 제가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제 연기가 정말 별로였다. 제가 봐도 별로였다. 제가 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너무 자신감도 없었고, 부담도 됐다. 긴장이 심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다 카메라에 드러나고 서현이의 집에서의 모습이 저도 잘 적응이 안됐고, 시청자들도 적응이 안됐을 거 같다. 그때 제가 캐릭터를 잘 못 잡고 갈팡질팡 하다 보니 전노민 선생님이 '드라마가 길고 그러면 처음엔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앞으로 발전되고 잘하는 모습 보여주면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좋았다"고 했다.
배우들 중 댓글을 신경 쓰는 부류와 신경 쓰지 않는 부류가 동시에 존재하는 법. 이다인은 댓글을 늘 보는 부류에 속하는 연예인이었다. 그는 "늘 '공감순'이 아니라 '최신순'으로 본다"며 "매를 5년차 맞다 보니 단련된 것도 있다. 전체 몇 백개의 댓글을 다 보는데 또 악의적인 댓글이 많이 달리는 특정 포털도 있더라. 그때는 지속적으로 똑같은 것이 많아서 보다가 지쳐서 안보고 그런다"고 말했다.
억울함은 늘 남는 법. 이다인은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대댓까지 달아봤다고 말했다.
"참다 참다 몇 번 달아봤는데, 바로 지웠어요. 처음에 주로 '얼굴을 다 갈아엎었다'느니, '페이스오프'라느니 그런 댓글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증거 사진으로 드라마 '스무살' 제작발표회 사진이 올라오는 거예요. 그때는 심지어 데뷔 후인데요. 100% 사전제작 드라마여서 드라마를 보시면 또 지금이랑 별반 다르지 않거든요. 근데 또 제작발표회 사진을 보면 제가 보기에도 진짜 못 나와서 우울하기는 했어요. 아니나다를까, 4년 전 사진인데 다시 이슈가 되면서 또 그 사진이 등장하더라고요. 그때 억울해서 댓글을 한 번 달았어요. '스무살 웹드라마 보시라. 한 번 보세요!'이렇게요. 근데 달고나서 바로 지웠어요. '너무 심했나?' 이런 생각 하고요."
가족에 대한 '악플'도 많다. 이다인은 "요즘들어서 가족에 대한 악플이 심해져 댓글을 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다인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엄마의 딸'이 아닌 배우로 인정받는 것. 이다인은 "견미리 딸이니 잘 해야된다는 시선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잘해야 된다는 것은 늘 있다. 앞으로도 있을 것이고 10년 뒤에도 있을 것"이라며 "엄마의 딸이기때문에 잘해야 된다는 생각은 초반에 특히 심했고,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가족한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제가 너무 못해버리거나 터무니없는 연기를 하면 엄마가 욕을 먹지 않느냐. '엄마 빽'이라는 화두에 힘을 싣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 신인들보다 몇 배는 더 잘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과 부담감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아직은 엄마 견미리의 인정을 완전히 받지는 못했다고. 이다인은 "엄마가 제 연기를 보고 인정을 하셨다기 보다는 뭔가 많이 늘었다는 칭찬 정도는 해주셨다. 그래도 아직 인정은 아니다. 갈 길이 멀었다더라"며 "엄마의 기준에 맞으려면 아직 한참 남은 거 같다. 그래도 한 30대는 지나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엄마가 제 나이 때에는 그 정도는 못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방송됐던 '화랑'으로 자신감을 얻었던 이다인은 '황금빛'을 통해 자신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얻었다. 여기서의 '두려움'은 그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재료이자 긍정적 변화다. 이다인은 "자신감도 생겼지만, 반대로 두려움도 조금 생겼다. 사랑을 받았던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저를 응원하고 기대해준 분들이 있는데 실망시키면 안되고, 앞으로 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않느냐. 공든 탑을 쌓았는데 그거라도 무너질까 노심초사 하는 마음도 있는 거 같다. 자신감과 두려움은 항상 함께 가는 거 같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지난 11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소현경 극본, 김형석 연출) 마지막회는 45.1%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종영했다. 이는 2년 만에 40%를 넘어서는 드라마가 됨과 동시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넘어선 기록이다. '황금빛 내 인생'은 그동안 꾸준히 40% 시청률을 넘어서며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고 이와 동시에 45% 시청률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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