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호가 8일 오전 2시 요르단 암만 킹압둘라Ⅱ스타디움에서 펼쳐질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 조별예선 1차전에서 '강호' 호주(FIFA랭킹 6위)와 맞붙는다.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첫단추인 호주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해왔다. 요르단여자아시안컵은 내년 프랑스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대회다. 아시아 8개국이 A-B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후 각조 1-2위가 준결승, 결승에 나선다. A조는 개최국 요르단, 중국, 태국, 필리핀, B조는 한국, 일본, 호주,베트남으로 편성됐다. 아시아 강호들이 집중된 B조는 죽음의 조다. '조2위' 전쟁이 피를 말린다. 5위 내에 들면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되지만, 자존심을 건 축구전쟁에서 하나같이 4강 이상을 목표 삼고 있다. 한국은 호주(8일 오전 2시), 일본(10일 밤 10시45분), 베트남(13일 밤 10시45분)과 차례로 맞붙는다. 호주, 일본을 상대로 1승1무 이상의 성적을 목표 삼았다. 베트남전 전에 4강행, 월드컵 2회 연속 진출을 조기확정 짓겠다는 각오다.
B조 2위 전쟁과 함께 아시아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월드클래스 스타' 지소연(27)과 샘 커(25)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은 여자축구 팬들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스테치치 호주 감독은 6일 공식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의 샘 커는 세계 최고의 선수중 하나다. 아쉽게 작년에 FIFA 올해의 선수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지소연은 잉글랜드 첼시레이디스 최고의 선수다.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을 이끌었다. 놀라운 재능을 가진 이 세계적인 선수들이 요르단아시안컵에 나선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관점에서 함께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잉글랜드 올해의 선수' 지소연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를 다시 쓴 '월드클래스' 에이스다. 8일 호주전에서 A매치 100경기, 센추리클럽에 가입한다. 2006년 10월 피스퀸컵 캐나다전을 통해 15세 8개월에 남녀 통틀어 '최연소'로 A매치에 데뷔한 이후 최연소,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며 12년째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중심으로 활약해왔다. 2006년 11월 도하아시안게임 대만전 데뷔골은 남녀축구를 통틀어 역대 최연소 A매치 골기록이다. 지소연이 기록중인 A매치 99경기 통산 45골은 현역선수 최다이자, 차범근(58골), 황선홍(50골)에 이어 역대 남녀 통산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서울 이문초-서울 오주중-서울위례정산고(현 동산정보산업고)-한양여대를 졸업한 지소연은 일본 고베 아이낙을 거쳐, 지난 2014년 국내 여자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첼시 레이디스에 진출한 후 5년째 활약중이다. 2009년 베오그라드유니버시아드 금메달 당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2010년 FIFA 여자 U-20 월드컵 3위 당시 실버볼과, 실버슈(득점 2위)를 수상했다. 2013년에는 AFC 올해의 여자선수상을 수상했고, 첼시 진출 이후 2014년 잉글랜드 여자축구리그 올해의 선수상, 2015년 잉글랜드프로선수협회 올해의 여자선수상을 휩쓸었다. 큰경기에서 어김없이 제 역할을 해냈다. 2015년 웸블리스타디움에서 펼쳐진 FA컵에서 결승골을 꽂아넣으며 첼시의 첫 우승을 이끌었고, 올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몽펠리에와의 8강전, 1차전에선 결승골, 2차전에선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맹활약으로 첼시의 첫 4강행을 이끌었다.
앨런 스테치치 호주 대표팀 감독 역시 지소연을 잘 알고 있다. 6일 공식기자회견에서 "지소연은 잉글랜드 첼시 최고의 선수다. 몽펠리에를 꺾고 유럽챔피언스 4강을 이끌었다"며 극찬했다.
▶'미국리그-호주리그 득점왕' 샘 커
한국에 지소연이 있다면 호주에는 '샘 커' 사만사 커가 있다. 물론 '최전방 공격수' 커와 중원에서 찬스를 창출하는 '플레이메이커' 지소연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1993년생인 커는 지소연과 마찬가지로 15세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호주의 재능'이다. 2010년, 17세의 나이로 첫 아시안컵에 나서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꽂아넣으며 호주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 A매치 62경기에서 21골을 기록했다.
호주 여자축구의 2017년은 눈부셨다. 11번의 A매치에서 9승1무1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28일 '세계 최강' 미국을 1대0으로 꺾었다. 브라질을 상대로 3연승했다. 역대 최고 FIFA 랭킹, 4위를 찍었다. 현재 FIFA랭킹은 6위다. 지난해 호주의 뜨거운 상승세 뒤에는 '에이스' 샘 커의 활약이 있다. 2017년은 커에게 선수 인생 최고의 한해였다. 지난해 7월 4개국 대회 일본전(4대2승)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이후 7경기 연속골 기록을 세웠다. 8월 4일 브라질전(6대1승)에서도 골맛을 봤다. 이후 9월16일 브라질전(2대1승)에서 골을 터뜨렸고, 9월19일 브라질전(3대2승), 11월22일 중국전(3대0승), 11월26일 중국전(5대1승)에서 3연속 멀티골을 기록했다. 소속팀에서도 불꽃같은 활약을 펼쳤다. 호주리그(10~1월)와 미국리그(5~10월)를 오가며 1년 내내 뛰는 커는 미국리그 NWS의 소속팀 스카이블루에서 22경기 17골, 호주 W리그 소속팀 퍼스 글로리에서 9경기 13골을 터뜨리며 양리그 모두 득점왕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2017년 AFC 올해의 여자선수상을 수상했다.
윤덕여 감독은 일찌감치 '샘 커 경계령'을 내렸다. "샘 커는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가장 큰 장점은 득점력이다. 공격수로서의 위치 선정, 스피드, 경기를 읽을 줄 아는 능력, 좋은 능력을 갖춘 선수다. 내일 경기에서도 굉장히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쉽게 간과해서는 안될 선수"라고 말했다. 지소연은 "20번 샘 커 선수는 어린 선수인데 미국에서도 득점왕, 호주에서도 득점왕을 하고 있는 선수다. 경계해야할 선수다. 호주는 커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갖고 있다. 혼자선 막을 수 없지만 11명이 함께 막는다면 승산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캡틴'이자 플레이메이커인 조소현은 샘 커를 막을 비책에 대해 "앞선에서는 킥이 안나오도록 막아야 한다.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뒷공간으로 뛰는 선수들을 늘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항상 뒷공간을 노리는 킥을 클리어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선수들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만(요르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