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4, 5선발 라인에 메스를 댈 듯 하다. 투수 두 명이 모두 바뀌는 전면 개편의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달성한 '디펜딩 챔피언' KIA는 올 시즌 초반 KT위즈와 함께 공동 5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우승 전력이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고, 헥터 노에시-양현종-팻 딘의 막강한 1~3선발을 지녔음에도 3연패도 한 차례 경험하는 등 꽤 고전하는 분위기다.
▶경쟁력 약한 4, 5선발의 딜레마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상대적으로 허약한 4, 5선발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냉정히 평가하면 현재 KIA의 4, 5선발은 간신히 구색을 맞춘 정도라고 밖에 표현하기 어렵다. 4선발을 맡은 이민우는 올해 선발 등판 2경기에서 2패에 평균자책점 12.86을 기록 중이고, 5선발 요원 정용운은 2경기에서 1승에 평균자책점 5.63을 기록 중이다. 이러다 보니 시즌 초반 순위싸움에서 치고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1차적 원인은 지난해부터 4선발로 꽤 좋은 활약을 펼치던 임기영이 합류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임기영은 스프링캠프 막판에 어깨 통증이 발생해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재활 중이다. 그래도 이제는 실전에도 나서며 복귀 임박을 알렸다. KIA 김기태 감독은 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임기영의 컴백 시기에 관해 "지금 당장 일자를 언급하긴 어렵지만 조만간 복귀가 머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4, 5선발진 개편에 관한 계획을 일부 공개했다. 김 감독 역시 현재의 4, 5선발이 임시 체제인데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로테이션 조정을 고민 중"이라고 운을 띄웠다.
▶임기영의 복귀 시점과 한승혁의 등장
김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4, 5선발 개편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임기영의 복귀 시점, 그리고 지난 4일 인천 SK전에 호투한 한승혁에 대한 평가다. 이 두 가지 변수 가운데 현 시점에서 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바로 한승혁이다. 그의 활용 방안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판단이 중요하다.
지난 4일자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된 한승혁은 바로 당일 SK전 때 구원 투수로 나와 호투했다. 선발 정용운이 3회까지 5실점하며 흔들리자 4회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아 7회까지 4이닝 동안 삼진 6개를 곁들여 2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특히 입단 시절부터 최대 장점으로 평가받았다가 한 동안 사라졌던 강속구가 부활했다. 이날 한승혁의 패스트볼 최고구속은 최고 154㎞까지 나왔다.
특히 고질적인 문제였던 제구가 이날은 상당히 잘 됐다는 게 고무적이다. 4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때문에 김 감독도 "앞으로도 계속 잘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선발 투수와 롱 릴리프 사이에서 (보직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관건은 기복이 심한 편인 한승혁이 과연 이날과 같은 피칭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김기태 감독
결국 김 감독과 KIA 코칭스태프의 4, 5선발 개편안은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될 듯 하다. 우선 당장 1군 엔트리에 있는 한승혁의 보직이 확정돼야 한다. 만약 선발 전환 방침이 정해지면 이민호와 정용운 중에 한 명 자리에 한승혁이 먼저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빠지는 선수는 롱릴리프로 대기한다. 다만 한승혁이 선발로 나간다고 해도 이게 완전한 선발 고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어떻게 던지는 지를 두고 봐야 한다. 그래도 최소 한 두 차례는 기회가 주어질 듯 하다. 물론 여기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인다면 완전히 고정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으로 임기영이 1군에 복귀하면 추가 조정이 뒤따를 듯 하다. 이 경우 임기영이 우선 4선발 자리로 돌아오고, 나머지 5선발 자리에 한승혁-이민우-정용운 중에서 한 명이 들어가는 식이 될 듯 하다. 가장 최근 구위와 기록으로 보면 역시 한승혁이 가장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나머지 두 명에게도 가능성은 열려있다. 김 감독은 끝까지 신중하게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현재의 4, 5선발로는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힘든 게 사실이다. 재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