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내 현실을 빗대 상상해봤다. 상상만으로 죄책감이 들 정도로 후유증이 컸다."
한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 '7년의 밤'(추창민 감독, 폴룩스바른손 제작).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7년의 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시사회에는 한 순간의 실수로 살인자가 된 남자 최현수 역의 류승룡, 딸을 잃고 지독한 복수를 꿈꾸는 남자 오영제 역의 장동건, 전직 SSU(해군 해난구조대) 잠수전문요원 출신이자 세령댐의 경비팀 직원으로 모든 것을 목격한 안승환 역의 송새벽, 복수의 희생양이 된 살인마의 아들 최서원 역의 고경표, 그리고 추창민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2011년 출간 2주 만에 베스트셀러 등극, 그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누적 판매 부수 50만 부를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정유정 작가의 소설 '7년의 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탄탄하고 흡입력 있는 서사와 생생한 리얼리티, 힘있는 문체로 그려내 문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호흥을 일으킨 베스트셀러다. 이런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출간 직후 15개 영화사의 러브콜을 받은 '7년의 밤'은 '영화화가 기대되는 소설 1위'로 거듭났고 많은 기대 속 추창민 감독과 류승룡, 장동건이 의기투합해 영화로 완성했다.
특히 '7년의 밤'은 류승룡과 장동건의 파격 변신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과 몰입감을 더하는 명품 배우 류승룡은 이번 작품을 통해 우발적인 사고로 살인자가 되어버린 최현수로 변신해 처절한 부성애를 선보였다.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한 씻을 수 없는 죄책감과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다가올 복수에 맞서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아버지의 면모 등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그리고 극 중 살해당한 딸의 복수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오영제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 장동건은 광기 어린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물 오영제로 거듭나기 위해 머리를 밀고, 나이가 들어 보이도록 분장을 하는 등 극단적인 비주얼 변화를 시도했다. 데뷔 이래 첫 악역 변신에 나선 그는 섬뜩하고 극악무도한 오영제로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길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영화화된 '7년의 밤'에 대한 우려와 논란도 상당했던게 사실이다. 일단 우발적 살인으로 인해 파멸해가는 한 인간과 선악의 교묘한 경계를 스크린에서 얼마나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자칫 원작을 훼손할 수 있다는 원작 팬들의 반응이 상당했다.
여기에 계속된 개봉 난항도 불안감을 더했다. 순제작비 약 80억원으로 제작된 '7년의 밤'은 2015년 10월 크랭크 인, 이후 8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 2016년 5월 크랭크 업했지만 이후 한동안 개봉일을 잡지 못하며 난항을 겪었다. 무려 2년여 동안 표류한 '7년의 밤'에 작품성을 의심하는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다. 어렵게 3월 극장가에 안착하게된 '7년의 밤'이 원작 팬들의 우려와 개봉 지연 논란을 극복하고 문제작에서 흥행작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승룡은 "원작에서 심리적 묘사가 잘 표현됐다. 여러 상황을 추창민 감독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오영제 역을 맡은 장동건과 마주치기 전까지 긴장감과 마주쳤을 때 숨막힘, 용서를 구할 때 등의 장면을 치열하게 찍은 것 같다. 7년 만에 아들을 만나는 장면을 봤는데 그 장면이 특히 여운이 남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작품은 빠져 나오는데 힘들었던 것 같다. 오늘 영화를 보면서 다시 먹먹했다. 그런 마음이 차기작을 선택할 때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코미디 영화인 '염력'이나 곧 촬영에 들어가는 '극한직업'도 그런 지점에서 선택하게 됐다"고 남모를 고충을 토로했다.
장동건은 "원작과 가장 다른 부분이 오영제라는 캐릭터다. 딸을 학대하는 아버지가 딸을 잃었을 때 그 대상에 대해 복수하는 것은 상식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다. 무엇을 위해 복수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의문이 들더라. 개인적으로는 오영제도 부성애였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고 설명이 됐다. 그런 지점을 추창민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렇게 연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공교롭게 실제로 내게 딸이 있다. 영화 속 캐릭터 연기를 위해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낄 정도였다.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상상을 해봤는데 스스로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 그렇게 오영제의 심리에 가까이 갈 수 있었다. 감정적인 후유증에서 빠져나오는 것보다 영화 찍는 내내 유지했던 M자 탈모가 되돌리는데 시간이 걸리더라. 그 후유증이 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12) 이후 6년 만에 '7년의 밤'으로 돌아온 추창민 감독은 "원작은 스릴러적인 요소가 많이 강했다. 특히 오영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살인마로 표현됐다. 그 대목은 내가 영화를 연출할 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나는 이해하지 못한 대목을 연출을 못한다. 그래서 원작과 또다른 사연이 필요했다. 그래서 오영제에게 사연을 줬고 그 부분이 원작과 차이점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원작의 뛰어남을 어떻게 영화로 풀어내느냐가 숙제였다. 기존 영화는 따뜻하고 휴머니즘이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싶었다. 악에도 근본적인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악을 단순히 악으로 푸는게 아니라 어떤 이유를 들어 악을 표현하고 싶었던게 이 작품을 영화화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다. 부성애를 강조하고 싶었고 피의 대물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유정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7년의 밤'은 한순간의 우발적 살인으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남자의 7년 전의 진실과 그 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류승룡, 장동건, 송새벽, 고경표, 문정희 등이 가세했고 '사랑을 놓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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