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e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게임이 e스포츠로 발전하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핵심이자 기본은 게임이 가진 '재미'다. 아무리 좋은 옵저버와 관전 모드, 환경을 마련해도 재미가 없다면 성공도 있을 수 없다.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게임들은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포트나이트는 1차적 조건을 만족했다고 볼 수 있다. 포트나이트는 현재 4,000만 명의 유저수와 동시접속 340만 명(2월 기준)을 기록했으며, 여전히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유저수가 재미의 절대적 지표는 아니지만, 그만큼 포트나이트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4월부터 PC방 서비스가 진행될 예정이라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트나이트의 재미는 액션빌딩(Action-Building) 시스템에서 나온다. 액션빌딩은 타 슈팅게임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기능으로 맵에 설치된 기존 오브젝트를 파괴하거나, 수집한 자원으로 엄폐물을 구축해 공격 및 방어하는데 사용된다.
특히 이동 경로에 함정을 설치하거나, 점프대를 활용해 요새에 잠입하는 등의 예측 불가능한 플레이는 뛰어난 자유도를 느낄 수 있고 동시에 게임의 핵심재미가 된다. 또한 같은 장소에서 펼쳐지는 교전이라도, 액션빌딩 활용에 따라 매번 다른 양상으로 전투가 전개돼 지루함이 적다.
e스포츠에서 중요한 덕목인 '보는 재미' 역시 뛰어난 편이다. 대미지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 직관적이고, 액션빌딩의 숙련도에 따라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해 슈퍼플레이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본인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전술을 구현하는 고수들의 플레이를 볼 때면,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포트나이트의 보는 재미는 기록이 증명한다.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포트나이트는 전체 방송 시청자 순위 상위권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트위치 플랫폼 특성상 스트리머에 따라 시청자 수가 결정되는 변수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보는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유명 힙합 가수인 드레이크(Drake)와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이 트위치 스트리머 닌자(Ninja)의 방송에 참여해 포트나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전해졌고, 이를 시청하기 위해 60만 명에 육박하는 시청자가 몰리며 트위치 역대 최대 동시 시청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e스포츠가 자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 글로벌 오펜시브', '콜 오브 듀티',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레인보우 식스 : 시즈' 등 여러 슈팅게임과 관련된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유럽의 'FaZe Clan'이 포트나이트 프로팀을 창단했으며, 북미 지역의 TSM 역시 프로팀을 창단했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 그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인 배틀그라운드가 현재 e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 중인데, 쉽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경기에 많은 선수들이 참여하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을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슈팅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는 옵저빙,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 마련 등 선행 과제가 많은 편이다.
다만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먼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만큼 유사 문제에 대한 대처가 용이한 편이다. 때문에 에픽게임즈의 적극적인 e스포츠 지원과 관리가 이어진다면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장르지만 색다른 관전의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인사이트 김동준 기자 kimdj@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