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스타디움(영국 런던)=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난 모른다." "들은 것이 없다." "왜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부정적 답변 일색이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뉘앙스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도 아는 것이 없었다.
15일 오후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스타디움. 아스널과 AC밀란의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이 열렸다. 경기 전 AC밀란과 관련된 사람들을 찾았다. 이유는 단 하나. 갑자기 기성용(스완지시티)의 AC밀란 이적설 때문이었다.
2월 24일 이탈리아 매체 칼치오 메르카토는 기성용의 이적설을 보도했다. '기성용은 밀란 마시밀리아노 미라벨리 단장이 영입에 관심을 보이는 미드필더'라고 썼다.
바로 기성용의 부인이 이어졌다. 기성용은 브라이턴과의 경기 직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AC밀란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들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칼치오 메르카토는 집요했다. 12일에는 AC밀란과 기성용이 이적에 대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3년 계약이고 메디컬 테스트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궁금했다. 왜 기성용의 AC밀란 관련 보도는 칼치오 메르카토에서만 나오는 것일까. 다른 매체들은 왜 잠잠한 것일까. AC밀란이 런던에 온 15일이 이런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적기였다.
우선 팬과 만났다. 에미레이트스타디움 근처에서 만난 팬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는 "왓(뭐라고?) 후(누구라고?)"고 되물었다. 그러더니 "아닐 것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다른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한국 선수가 누구인지는 잘 모른다. 지금은 이적 시장이 열리는 여름도 아니지 않는가"고 했다.
팬들은 모를 수 있었다. 더군다나 런던까지 날아온 팬들은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AC밀란 소식을 더 잘아는 사람들을 찾기로 했다.
아스널 기자실. AC밀란의 TV플랫폼인 밀란 채널 관계자와 만났다. 한국 기자라고 소개하면서 기성용 이적설을 물었다. 그는 정중하게 대답했다.
"미안하다. 내가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이해가 갔다. 구단과 직접 관계가 있는 인물의 경우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대신 내가 우리 구단을 담당하는 기자들을 소개시켜 주겠다. 잠시만 기다려봐라."
이탈리아 기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3~4명의 기자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는 사정을 설명하고 답변을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이탈리아 말로 이야기를 서로 나눴다. 대답은 간단했다.
"정말 아는 것이 없다. 아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 시점에서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전혀 모르겠다."
다들 똑같은 반응이었다.
실체는 무엇일까. 팬들, 관계자, 그리고 현지 기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내린 결론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부풀리기'다. AC밀란의 제의는 있을 수 있다. 기성용은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FA) 자격을 얻는다. 이적료가 들지 않는다. AC밀란으로서는 이적 제안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취재한 결과 들리는 이야기도 있었다. 현재 기성용에게 제안을 넣은 구단은 AC밀란 뿐만이 아니다. EPL에서도 많은 구단들이 이적을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 칼치오 메르카토가 이를 듣고 몇발짝 더 나아갔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한국 선수를 잘아는 이탈리아인 관계자의 '양념'이 더해졌을 수 있다.
두번째는 '진실'이다. 정말 기성용이 AC밀란과 합의를 했고 곧 공식 발표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칼치오 메르카토의 '특출난 취재력'이 세상에 크게 빛날 것이다.
다만 칼치오 메르카토의 보도를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 전적이 화려(?)하기 때문. 유럽의 슈퍼스타들은 대부분 이 매체를 통해 이탈리아 클럽과 연결됐다. 기성용 이전에 한국 선수들도 있었다.
"맨유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이 인테르밀란과 이적을 위해 협상 중이다. 몇 주 안으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2011년 4월, 칼치오 메르카토)"
"AC밀란이 아시아의 재능을 찾고 있다. 그 대상에 한국 선수로는 이승기(당시 광주) 기성용(스완지시티) 김보경(당시 카디프시티)이 있다.(2012년 10월, 칼치오 메르카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