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J리그 지도자 4명이 유럽에서 연수를 시작했다.
FC포르투(포르투갈), 뒤셀도르프(독일), 안더레흐트(벨기에),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노비사드(세르비아) 등 유럽 각지를 도는 일정이다. 단순한 '현지시찰'이 아닌 장기간 머물면서 다양한 방법의 평가 프로그램을 거치는 식이다. 일본축구협회(JFA)와 J리그 사무국의 공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일명 JJP(JFA·J리그 합동 육성프로그램)로 명명된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은 JFA와 J리그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지도자'를 육성하자는 모토 아래 시행한 프로그램이다. 무라이 미쓰루 J리그 의장은 JJP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3차례 대회를 돌아볼 때 월드컵 4강 성적을 낸 팀 지도자 면면은 모두 자국 감독이거나 해당국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또한 선발 11명 중 절반 이상이 자국 리그 소속이었다. 일본이 2030년 월드컵 4강을 목표로 한다면 J리그는 일본인 지도자를 제대로 키워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를 국내에서 배출할 수 있는 리그가 돼야 한다. 협회와 협력해 세계 축구 흐름을 아는 우수한 지도자를 계속 배출하고 싶다. 그게 우리에게 부과된 사명이며 결과적으로 일본 축구 뿐만 아니라 J리그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축구협회는 한 국가 축구계의 '가장' 역할을 한다. 유소년부터 프로, 대표팀까지 축구 전반을 아우르는 행정 뿐만 아니라 국제 무대와의 교류 등 모든 부분을 책임지는 조직이다. '축구의 중심'인 만큼 일거수 일투족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프로'와의 관계는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무국, 연맹 외에도 수익창출이 궁극적인 목표인 '기업' 구단과의 관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구단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프로 사무국과 협회의 입장이 엇갈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다.
한국 축구의 협회와 리그는 '한지붕 두가족'이다.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일이 드물다. 대표팀 조기소집, FA컵 등 굵직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승적 차원'이라는 명분 하에 협회가 주도권을 잡아왔을 뿐이다.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K리그의 흥행부진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대표팀'이라는 큰 영향력을 갖춘 협회가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방안이나 협력의 장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켠에선 '협회가 모든걸 좌우한다', '산하단체인 연맹이 비협조적'이라는 목소리만 엇갈리고 있다.
다시 일본으로 눈을 돌려보자. JFA는 수 년 전부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하는 J리그 팀들을 위한 특별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상대팀 전력 파악을 위한 분석관, 원정 전반에 걸쳐 도움을 주기 위한 행정관 파견 뿐만 아니라 원정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수 년 동안 K리그에 밀려 우승권에서 멀어진 J리그의 성적은 곧 일본 축구의 위상 저하와 직결된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었다. 지난해 우라와 레즈가 ACL 정상에 오르면서 결실을 맺었다.
세계 무대에서 인정 받는 한국 축구, 축구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쾌거와 박지성, 이영표의 유럽 진출로 확인된 사실이다. '차이나 머니'로 무장한 중국과 '백년대계'로 압축되는 일본의 성장 전략 속에 한국 축구, K리그도 분명 설 자리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협회와 연맹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