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옷차림새는 겨울이지만 마음속에는 봄의 생기가 꿈틀댄다. 코끝에 와 닿는 부드러운 바람에 이끌려 어느새 봄으로 들어섰다. 봄의 초입,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남녘의 산하에는 봄의 전령이 상륙했다. 그중 지리산자락을 굽이치며 산골의 봄 향기를 가득 실어 나르는 섬진강 물줄기주변에는 봄꽃의 향연, 플라워시즌이 시작됐다. 3월 강바람에 실린 매화의 향훈과 노란 산수유꽃을 필두로 4월이면 벚꽃과 배꽃이 만발하며 섬진강의 플라워시즌을 채워갈 예정이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오감이 흡족한 붐의 전령 '매화'
섬진강 플라워시즌을 알리는 첫 주자는 단연 매화다. 매화는 앙증맞은 꽃잎과 꽃술에 고혹한 향훈이 압권으로, 다른 꽃들이 겨울잠에서 미처 깨어나기 전에 피어나 청초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즈음 섬진강변은 매화가 한창 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양지녘 매화나무마다 아이보리, 연초록, 핑크빛 꽃봉오리가 피어올라 그윽한 향기를 발산중이다.
매화는 봄마중에 제격인 꽃이다. 시각, 후각은 물론 그 향기를 귀로도 듣는다는 격조 높은 꽃으로, 오감이 흡족한 봄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매화는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861번 지방도와 광양매화마을주변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올 매화는 예년에 비해 다소 늦게 피어났다. 지난겨울의 혹독한 추위 탓이다. 매화축제(18~25일)가 열리는 이달 하순에 절정의 자태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정미 가득 실은 섬진강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 남도대교를 건너서면 매향이 진동하는 전남 광양 땅에 닿는다. 매화나무 천지인 작고 아담한 시골 동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마을이다. 일명 '매화마을'로 더 잘 알려진 곳으로 1920년대부터 마을에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해 이제는 전국 제일의 명소가 됐다. 도사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매화밭은 12만평 규모의 청매실농원이다. 이곳은 평생 매화를 키우며 살아온 정부지정 전통식품 명인 홍쌍리여사의 땀이 밴 공간으로, 매화나무를 '딸'이라 부르는 홍 여사의 매화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절정기 매화꽃천지 아래 심어진 초록의 보리와 맥문동은 생기를 더한다. 초록 카페트 위에 청매화, 백매화, 홍매화가 색상대비를 이루며 화사한 봄 풍경을 담아낸다. 봄 햇살에 광택을 자랑하는 2500여개의 장독, 푸른 대나무 숲도 운치 있는 소품들이다. 봄볕 좋은 날, 발아래 굽이치는 유려한 섬진강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유유자적 망중한의 분위기속으로 빠져 들게 된다.
▶'2018 광양매화축제'
때를 맞춰 축제도 벌인다. 다압면 매화마을 일원에서는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2018 광양매화축제'가 펼쳐진다. 이번 매화축제 개막제에는 매화 수를 놓은 한복패션쇼, 셰프의 매실 쿠킹쇼, 홍쌍리의 건강밥상 토크 콘서트, 청춘&희망 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또 시립예술단의 축하공연과 지역예술인들의 버스킹 공연도 상춘객들을 반긴다.
◆지리산 자락의 봄 기지개 '산수유'
매화와 더불어 봄을 알리는 대표적 전령이다. 산수유나무는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 철쭉보다 더 빨리 노란 꽃을 피워내는 봄꽃이다.
3월의 산수유 명소로는 봄햇살 가득한 지리산 자락 구례 산동 일원을 꼽을 수 있다. 이 지역은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가 넘을 만큼 국내 대표적인 산수유마을로 통하는 곳이다. 수령 300년 이상 된 산수유나무가 마을과 계곡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3월 한 달 동안 노란 꽃사태를 감상할 수가 있다.
특히 상위마을 일원은 국내 대표적 산수유 군락지로, 분지 형태의 마을은 상위-하위마을로 나뉘어 있다. 노란 산수유가 피어 오른 마을 안길을 걷노라면 푸근한 상춘의 묘미에 푹 젖어 들 수 있다. 좁다란 농로를 따라 가서 만나게 되는 현천마을은 돌담이 운치 있는 곳이다. 담장 안에 피어오른 노란 산수유꽃과 어우러진 마을 전경이 운치 있게 다가온다. 마을 입구에 자리한 저수지 현천제는 산책로와 지리산둘레길이 이어지는 코스로, 노란 산수유꽃과 어우러진 주변 풍광이 이름답다. 현천제를 따라 산자락을 넘어가면 나서는 계척마을에는 1000년 전 중국 산둥성에서 가져다 심었다는 산수유 시목이 자리하고 있다.
한편, 산수유꽃이 진자리에 늦가을 빨간 산수유 열매가 익어간다. 그 모습도 볼만하다.
전남 구례는 지리산 관광의 전초기지다. 지리산이 품고 있는 천년고찰 화엄사와 구층암, 연곡사, 사성암 등 사찰순례와 섬진강길 드라이브, 노고단 운해 감상 등 이들 지역의 매력에 푹 젖어들 수 있다.
▶'제 19회 구례 산수유 꽃 축제'
잿빛 지리산을 노란 산수유꽃이 화사하게 채색할 무렵 잔치마당도 펼친다. '제 19회 구례 산수유 꽃 축제'가 그것으로, 오는 주말(17일)부터 25일까지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반곡, 상위마을, 산수유 시목이 자리 잡은 계척, 달전마을, 호젓한 분위기의 현천마을 등이 축제 장소다.
산수유 꽃말을 딴 '영원한 사랑을 찾아서'를 주제로 펼쳐지는 금번 축제는 산수유 하트 소원지 달기, 산수유 초콜릿 만들기, 지리산온천 족욕체험, 산수유 영상관, 산수유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또 일자리&귀농, 귀촌 박람회도 함께 열린다.
◆뭘 먹을까?
◇재첩국=섬진강변 구례, 광양, 하동 일원에서 가볍게 맛볼 수 있는 메뉴로는 재첩국을 꼽을 수 있다. 아침식사로 제격인 재첩국은 숙취를 달래주는 효과가 있다. 또 아삭한 야채와 매콤달달한 양념을 곁들이는 재첩회도 별미다.
◇참게매운탕=섬진강 기행의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투박한 오모가리에 시래기를 깔고, 참게와 메기, 민물새우 등을 함께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매운탕이 봄철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