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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가계소득 양극화 심화…40%는 계획없이 은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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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소득자의 소득은 늘었지만 저소득자의 소득은 줄어드는 등 국내의 가계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50대 이상의 은퇴자의 40% 가량은 특별한 계획 없이 은퇴를 맞았다.

12일 신한은행이 발간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통사람의 가구 총소득은 월평균 438만원이다. 이중 50% 가량을 생활비, 교육비, 주거비 등으로 썼다. 월평균 저축은 100만원으로 41만원은 부채상환에 사용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이 월평균 517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251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20대에서 30대가 되면서 가구 총소득이 월평균 417만원으로 올라 상승폭(1.7배)은 가장 컸다. 소득의 절반 가량인 218만원(49.8%)은 생활비나 교육비, 주거비 등 소비에 사용됐다. 40대와 50대는 소득이 많은 만큼 소비도 가장 많이 했다. 50대의 소비액은 272만원으로 전체의 52.6%에 달했고, 40대도 262만원으로 전체(501만원)의 52.2%를 차지했다.

▶소득 양극화로 캥거루족 증가…자녀 교육 수준도 영향

눈길은 끄는 점은 국내 가계소득의 양극화다. 지난해 전문직(322만원→341만원)과 사무직·공무원(302만원→311만원), 자영업자(275만원→309만원) 등 고소득 직업군의 월평균 소득은 늘었다. 반면 판매 서비스·기능·생산직(248만원→239만원)과 프리랜서(185만원→148만원)는 감소했다.

근로 형태별로 보면 정규직(304만원→319만원)은 늘어나며 300만원대에 안착했지만 비정규직(210만원→174만원)은 100만원대로 떨어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소득 격차는 1.5배에서 1.8배로 커졌다.

월평균 가구소득도 양극화가 심화했다. 700만원 이상을 버는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3만원으로 전년 대비 35만원이 늘었지만 300만원 미만 버는 가구는 186만원으로 7만원 줄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가구 소득 격차는 5배에서 5.4배로 커졌다. 전체적으로 개인 근로 및 사업 소득은 월 평균 285만원으로 전년 대비 2만원 늘었지만 가구소득은 463만원으로 전년 대비 5만원 줄었다.

가계소득 양극화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캥거루족 증가와 교육 격차 등의 다양한 사회문제로 연결된다. 신한은행 조사결과 30대 미혼 중 45.6%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중 절반인 24.9%는 본인의 경제적인 사정으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 등이 심화되고 있어 주택자금 마련 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최근 좋지 않은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캥거루족은 당분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30대 미혼 '캥거루족'의 56.8%는 남성이었다. 평균 소득은 234만원으로 동년배 독립가구보다 20만원 적었다. 소득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4%로 30대 미혼 독립가구(46.4%)보다 높았고, 저축 비중은 31.1%로 독립가구(32.4%)보다 낮았다.

현재 경제 활동을 하는 2030 세대 중 미혼으로 혼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29.5%였다. 2030 세대 미혼 1인 가구의 48.5%는 직장 때문에 혼자 살았고,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원해 1인 가구가 됐다는 응답도 29.3%였다. 혼자 사는 2030 미혼 근로자의 초기 독립자금은 평균 2917만원으로 이중 90.4%가 주택 마련에 들어갔다. 2030 미혼 1인 가구의 50.7%는 독립 시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가족의 지원을 받았으며, 12.6%는 금융기관의 대출을 활용했다.

가구소득 양극화는 자녀 교육 양극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내 보통사람은 자녀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교육비로 총 8552만원을 지출했다. 이중 사교육비는 6427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녀의 대학 등록금과 단기 어학연수 등을 고려하면 자녀 1인당 교육비로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소득 구간별로 보면 월평균 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가구의 자녀 1인당 총 교육비는 1억4484만원으로 300만원 미만인 가구(4766만원)의 3배에 달했다. 10명 중 2명은 자녀를 해외에서 공부시키고, 고소득층은 이보다 2배가 많았다.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교육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해외유학 및 연수 비용 마련을 위해 고소득층은 보유 금융자산 67.1% 또는 부동산 임대 소득 13.7%을, 저소득층은 금융기관 대출 15.1% 또는 가족·친지로부터 경제적 지원 17.3%를 활용했다. 부모가 자녀의 교육을 위해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주변 학부모들과 정기적으로 모이는 경우(16.1%)가 가장 많았다. 서울 강남 3구의 경우엔 유명 강의를 등록하거나 유료의 진학 컨설팅을 받는 비율이 20.5%나 됐다. 학군을 고려해 이사하는 경우는 4.5%에 불과했으나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14.9%가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한 경험이 있었다.

▶저축 적어 50대 이상 창업률 감소세

소득 양극화에 따른 문제는 또 있다. 소득이 낮은 경우 제대로 된 은퇴준비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지출에 막혀 은퇴를 위한 저축 등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조사 결과 50대 이상의 은퇴자 38.3%는 계획 없이 은퇴를 맞았다.

은퇴 이후 월평균 가구소득은 381만원으로 은퇴 전(525만원) 보다 144만원 줄었다. 은퇴 후 소득은 연금 소득이 49.8%였으며, 이자나 배당금 등 금융 소득과 보유 부동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자산 소득이 21.7%였다. 은퇴 계획자는 전체 소득에서 연금 소득 비중이 55.2%로 높았다. 그러나 은퇴 무계획 자는 연금 소득 비중이 41.1%로 낮았고, 자녀·친지·정부 지원 비중(18.3%)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은퇴자의 56.1%는 은퇴 후 생활비가 부족했던 경험이 있었다. 특히 은퇴 무계획자의 경우 59.7%가 생활비 부족을 겪었다. 생활비의 부족으로 인해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창업에 나서는 이들은 줄고 있다. 창업을 시작하는 연령은 2012∼2014년에는 50대 이상이 19.6%까지 올라갔지만 2015년 이후로는 13.4%로 떨어졌다. 초기 창업자금은 평균 9218만원이었고 이중 5540만원(60.1%)는 자력으로 마련하지만 나머지 금액은 가족의 도움이나 금융기관 대출을 통해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