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넥센 히어로즈는 시범경기를 이틀 앞둔 지난 11일 서울 고척돔에서 경찰 야구단과 연습경기를 치렀다. 연습경기라고는 해도 양팀의 베스트 멤버가 총출동해 치른 수준 높은 매치였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 대해 "이 멤버가 거의 정규시즌 베스트 나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넥센의 선발 라인업은 이정후-서건창-초이스-박병호-김하성-김태완-김민성-임병욱-박동원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장 감독은 이들 외에도 경기 상황에 따라 많은 야수들을 수시로 투입했다. 선발 9명 외에 대타나 대수비로 등장한 야수가 또 9명이나 됐다. 가능한 한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해보려는 장 감독의 의중이 담겨있었다.
그런데 이런 경기라면 분명히 등장했어야 할 선수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이 선수는 특히나 장 감독이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직접 이름을 언급하며 "전지훈련에 맞춰 몸을 잘 만들어왔고, 지난 시즌의 자신감이 훈련 성과로 이어졌다"고 칭찬한 인물이다. 그는 바로 미완의 거포, 내야수 장영석(28)이다.
장영석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장 감독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인물이다. 지난해 데뷔 9년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2개)을 기록한 장영석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특기인 장타력을 더욱 가다듬었다. 자체 연습경기에서 멀티 홈런을 치는 등 인상적인 활약으로 연습경기 때 1루나 3루에서 자주 출전기회를 얻었다.
이런 장영석이 실전 연습의 효과가 컸던 경찰 야구단전에 아예 나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장 감독이 직접 밝힌 이유는 '선수 보호 차원'이었다. 팔꿈치에 공을 맞아 통증이 생긴 까닭이다. 장영석은 지난 4일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마지막으로 치른 대만 차이나트러스트 브라더스전에 3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1회 첫 타석에서 사구를 맞았다. 스윙이 나가는 과정에서 팔꿈치에 공을 맞아 상당히 아찔한 순간이었다.
장 감독은 "공에 맞았을 때는 매우 위험해보였다. 하지만 다행히 검진 결과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통증이 남아있어 지금까지 휴식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장영석에게 올 시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장 감독은 "이제 통증도 거의 없어져서 시범경기 때는 정상적으로 출전할 수 있다. 장영석도 분명 올해 잘해줘야 할 선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어느 덧 데뷔 10년차를 맞은 장영석은 과연 올해 1군 붙박이로 남을 수 있을까.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결국 키는 장영석 본인에게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