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초현실적 그림들이 무대에서 살아난다, '보스 드림즈' 첫 내한공연

by

미술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인물로 손꼽히는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의 그림들이 환상적인 애니메이션과 아름다운 아크로바틱을 통해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난다. 캐나다의 서커스 단체 '세븐 핑거스'와 덴마크의 극단 '리퍼블리크', 그리고 프랑스의 비디오 아티스트 앙쥐 포티에가 힘을 모아 만든 독특한 공연, '보스 드림즈'가 한국 관객들을 찾는다.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15세기 작가임에도 특이한 색채와 기괴한 그림체로 천국과 지옥, 인간의 욕망과 타락 등을 표현해 20세기 초현실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생애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며, 작품 또한 동시대 다른 화가들의 경향과 뚜렷한 차이가 있어 미술 역사상 가장 신비에 싸인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일컬어진다.

'보스 드림즈'는 보스의 서거 500주년을 맞아 설립된 보스 재단의 의뢰로 제작됐다. 2016년 9월 덴마크에서 초연된 후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을 투어하며 유럽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보스 드림즈'에는 '쾌락의 정원', '건초수레', '일곱 가지 죄악과 사말', '바보들의 배' 등 보스의 대표적인 그림들이 등장한다. 이중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쾌락의 정원'은 15세기경에 그려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화려한 색감과 복잡한 구성, 기이하고 독특한 생명체들로 가득한 세 폭 제단화로, 오늘날까지도 미술사가들의 해석이 가장 분분하게 갈린다. 천국과 지상, 지옥으로 보이는 배경 속에 커다란 딸기를 나눠 먹는 나체의 인간들, 조개 껍질 속에 담겨 운반되는 생명체, 땅과 하늘을 가득 채운 괴물과도 같은 상상 속 동물들까지, 자세히 살펴볼수록 놀라운 은유와 상징이 가득하다.

연출가 사무엘 테트로는 "보스의 작품들은 죽음 이후 수백 년이 지나서까지 초현실주의 운동에 커다란 영감을 주었다. 그는 환상적인 세상, 외설적인 괴물과 날아다니는 생명체를 그렸다"며 "이런 이미지를 현실 세계로 가져올 방법은 서커스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보스에게 느끼는 매혹과 존경을 담은 '보스 드림즈'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고 말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보스에 대한 연구로 평생을 바친 한 교수의 열정적인 강의가 시작된다. 그는 보스의 걸작 '쾌락의 정원'을 커다란 스크린에 투사한 채 작품의 숨겨진 의미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강의가 한참 이어질 때쯤 스크린 속 보스의 그림이 애니메이션으로 변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애니메이션은 다시 무대 위의 배우와 세트와 겹쳐진다. 독특한 분장을 한 배우들은 저글링, 핸드 밸런싱, 트라피즈 등의 서커스 기술을 활용하여 그림 속 환상적인 세계를 우리의 눈앞에서 펼쳐 보인다.

'보스 드림즈'에는 보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진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 '더 도어스'의 보컬 짐 모리슨의 캐릭터도 등장해 흥미를 끈다. 대전예술의전당(3/30~31),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4/3)을 거쳐 LG아트센터(4/6~8)에서 공연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