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강의 독주, 그 명과 암은?'
주요 게임사들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넷마블게임즈와 넥슨, 엔씨소프트 등 한국을 대표하는 3개 게임사가 일제히 기록적인 실적을 발표했다.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순위는 지난 2016년과 비교해 바뀌었지만, 매출의 앞자리수가 바뀌면서 한국 게임산업의 규모는 한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IT 기업 가운데 확실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 했다. 반면 중소 게임사들은 마이너스 성장 혹은 손실까지 기록하며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양극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독보적 기록과 그 의미
넷마블과 넥슨,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3강'은 독보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넷마블과 넥슨은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고, 엔씨소프트 역시 그동안 커다란 장벽과 같이 여겨졌던 1조원을 훌쩍 뛰어넘어 2조원에 가까운 연매출을 올렸다. 넷마블은 2조4248억원, 넥슨은 2조2987억원, 엔씨소프트는 1조7587억원의 매출을 찍었다. 이 가운데 넷마블은 지난 2015년 넥슨에 이어 두번째로 1조원 매출을 넘겼고, 2016년 1조5000억에 이어 매출이 무려 62%나 증가하며 역대 처음으로 국내 게임사 가운데 1위 고지에 올랐다. 넥슨은 2016년 매출에 비해 28%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2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장 경이로운 증가율은 단연 엔씨소프트이다. 79%의 매출 증가세이다. 이는 '리니지M'이라는 모바일게임 출시 덕분이다. 지난해 6월에 선을 보였음에도 불구, 모바일게임 매출의 절대 액수를 차지했다.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에서만 9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자사의 총매출을 일시에 경신했다.
영업이익 측면에선 8856억원(전년대비 123% 증가)을 올린 넥슨이 5850억원(78% 증가)의 엔씨소프트, 5096억원(73% 증가)의 넷마블을 제쳤다.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FIFA 온라인 3' 등 온라인게임 매출의 높은 영업이익 덕분이다. 반면 넷마블은 '모바일 올인 전략'에 따라 상대적으로 낮은 모바일게임의 영업익이 그대로 반영됐다. 또 넥슨은 66%, 넷마블은 54%의 매출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역시 '모바일'과 '글로벌'이라는 2가지 키워드가 이번에도 가장 핵심 요인이 됐다.
이들의 기록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특별하다. 무형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IT 기업 가운데선 국내 포털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불린 네이버가 지난 2011년 2조원 연매출 시대를 연 이후, 사상 두번째로 넷마블과 넥슨이 이 바통을 이어받는 성과를 거뒀다. 카카오톡을 보유한 카카오의 지난해 매출도 2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1조9670억원이다.
또 3개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16일 기준 37조1225억원(넥슨은 도쿄증권거래소 기준)으로, 국내 이동 통신 3개사의 32조6413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오랜 전통의 IT 하드웨어 제조사를 제외하고는 이 분야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산업군이라는 점을 더욱 확실히 입증한 셈이다. 넷마블은 19종의 모바일게임, 넥슨은 모바일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신작, 그리고 엔씨소프트는 기존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한 대작 모바일게임으로 올해도 스스로의 기록을 다시 깨겠다는 계획이다.
▶가늘어진 허리, 기울어진 운동장
3강 게임사가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는 사이 중하위권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
'서머너즈 워'의 여전한 글로벌 인기 덕분에 확실한 중견게임사로 성장한 컴투스는 지난해 511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16년 5130억원과 비교해서 정체된 상황이다. 관계사인 게임빌은 1064억원으로 오히려 600억원 가까이 뒷걸음질 쳤다. NHN엔터테인먼트는 9091억원의 연 매출로 역대 자사 최다였지만, 모바일게임 부문에선 1.4%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역시 정체를 보였다. 선데이토즈는 727억원의 매출에 12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역시 2016년보다는 줄어든 실적이었다.
네오위즈도 1740억원의 매출로, 2016년의 1910억원에 비해 9%나 줄었고, 당기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2016년 7월까지 매출에 반영됐던 '크로스파이어'가 완전히 빠지며 해외 로열티가 줄어든데다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와이디온라인 역시 전년 대비 44% 줄어든 211억원의 매출에 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말았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1개 이상의 인기 IP를 보유한 게임사들은 그나마 선전했지만, 많은 게임사들은 성장에 한계를 드러내며 게임산업 생태계에 심각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게임은 대표적인 흥행산업이다보니 그동안 소수의 회사가 독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신작의 흥행을 통해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얻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를 가능케했던 모바일게임도 이제 예전의 온라인게임처럼 MMORPG가 주류 장르로 부상할만큼 상당한 투자와 개발기간이 필요하게 되면서, 또 다시 대형 게임사 위주로 재편되는 현실로 귀착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산업은 뛰어난 인재들의 번뜩이는 창의성 그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패기와 열정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기존 관습을 따랐다면 결코 이뤄내기 힘들었기에 소수의 대기업에 의존하다 위기를 맞고 있는 다른 기업군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며 "대형과 중소 게임사, 그리고 스타트업이 모두 골고루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복원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시급하다. 그래야 게임사들의 기록적인 실적이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