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연기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
민유라-겜린은 울고, 웃었다. 민유라-겜린은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2.94점에 예술점수(PCS) 28.28점을 합쳐 61.22점을 얻었다. 11일 민유라의 상의 후크가 풀어지는 돌발악재 속 팀 이벤트에서 기록한 51.97점은 넘었지만,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민스크 아레나 아이스 스타에서 세운 시즌베스트(61.97점)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민유라-겜린은 최소 15위를 확보하며 상위 20팀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따냈다. 한국 피겨 아이스댄스의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민유라는 "지금 계속 눈물이 나와서 말을 잘 못하겠다. 아리랑 만든거는 한국에서 올림픽 하고 싶어서 쇼트 통과해서 아리랑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겜린 역시 "우리가 해냈다. 아리랑 꼭 하고 싶었는데 프리에서 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민유라-겜린은 3그룹 3번째로 연기를 펼쳤다. 삼바 리듬의 '데스파시토'(Despacito)와 룸바 리듬의 '마이 올'(My All), 다시 삼바 리듬의 '무헤르 라티나'(Mujer Latina)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민유라-겜린은 첫번째 수행요소인 룸바 퍼스트 시퀀스를 무난히 마쳤다. 두번째 패턴 댄스 타입 스텝 시퀀스를 완벽히 수행한데 이어 커브 라인 리프트까지 깔끔하게 이어간 민유라-겜린은 싱크로나이즈트 트위즐스까지 잘 마무리했다. 낫터칭 미들라인 스텝 시퀀스를 끝으로 연기를 마쳤다.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미국 국적 대신 한국 국적을 택한 민유라와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겜린은 지난해 9월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4위에 올라 자력으로 평창행 티켓을 따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 출전한 양태화-이천군 조에 이어 16년만의 일이었다. 민유라-겜린은 프리스케이팅 진출에 성공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홀로 아리랑'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민유라-겜린은 때아닌 독도 논란으로 가사를 삭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올림픽을 맞아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전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주변의 반대에도 '아리랑'을 선정했다.
민유라는 "내일은 정말 팬들만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해서 하고 싶다. 팬들도 아리랑을 함께 즐겨줬으면 좋겠다"며 "저는 지금까지 15년, 겜린은 20년을 넘게 탔는데 올림픽에서 성공할 수 있어 기쁘다. 경기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