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안갑니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불펜 출입 금지령을 받았다. 무슨 사연일까.
LG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파파고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현지 시각으로 31일 시작된 훈련, 3일을 이어가고 달콤한 휴식을 갖는다.
놀라운 건, 훈련 첫 번째 턴에서 투수들이 불펜 피칭을 한다는 것. 예년에는 하프피칭 등으로 서서히 몸을 끌어올린 후 불펜에서 공을 던졌지만 올해는 다르다. 강상수 투수코치는 "투수들에게 캠프 시작하자마자 공을 던질 것이니, 몸을 만들어오라고 지시했다. 다행히, 선수들이 모두 준비를 잘해준 것 같다"며 흡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곧바로 불펜피칭을 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이 1주일 빨라지고, 시범경기수도 팀당 8경기로 줄어 빠른 준비가 필요했다.
류 감독은 야수 출신이지만, 팀의 수장으로서 당연히 투수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싶다. 하지만 강 코치에게 출입 금지를 당했다. 강 코치는 "안그래도 선수들의 불펜 피칭이 빠른데, 감독님께서 오시면 선수들이 자기도 모르게 오버 페이스를 하게 된다.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다치면 팀에도, 선수 개인에게도 손해"라고 말했다. 선수를 쓰는 감독, 거기에 새 감독이니 눈도장을 받고 싶은 건 선수의 당연한 마음이다.
그래서 강 코치는 류 감독에게 정중하게 "훈련 세 번째 턴이 되기 전까지는 불펜에 오지 말아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류 감독도 흔쾌히 OK 사인을 냈다. 류 감독은 "오지 말래서 진짜 안간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래도 너무 궁금했나보다. 류 감독은 2일 훈련에서 타일러 윌슨이 처음 피칭을 한다고 하자 참을 수 없었다. 강 코치는 "불펜에 관심없으신 척 하시면서 저쪽 구석에서 몰래 힐끗힐끗 보시더라"고 제보했다. 이에 류 감독은 "윌슨 던지는 게 너무 궁금했다"며 자수해 웃음을 선사했다.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