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도 이런 일이…'
올해도 KBO리그는 경기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외적인 요소들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황당한 사건 사고가 자주 발생해 때로는 눈살을 찌푸리게도, 때로는 황당한 웃음을 짓게도 했다.
그중 가장 황당했던 사건사고 10가지를 모아봤다.
▶LG 로니, 이천 아닌 인천행
매년 외국인 선수 한두명이 시즌 동안 꼭 돌출행동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이번에는 LG 트윈스 제임스 로니가 그 주인공이었다. 부진한 루이스 히메네스의 대체선수로 LG에 합류한 로니는 지난 8월말 성적으로 이유로 퓨처스리그행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로니가 향한 곳은 LG 퓨처스리그 구장이 있는 이천이 아닌 공항이 있는 인천이었다. 결국 LG는 미국으로 가버린 로니를 임의탈퇴시켰고 남은 30경기를 외국인 타자 없이 가기로 결정했다. 로니의 '도망'에 팬들은 농담삼아 '이천을 인천으로 잘 못 알아들은 것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롯데 오더 실수, 노경은이 투타겸업?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6월 16일 KBO리그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실수를 했다. 이날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롯데의 선발투수 노경은이 두차례나 타석에 들어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 벌어졌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롯데가 경기 전 제출한 오더와 선발 라인업의 수비 위차가 달랐기 때문이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경기 전 이대호를 지명타자, 최준석을 1루수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광판에는 최준석이 지명타자, 이대호가 1루수로 올라있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곧장 항의했고 심판진은 최준석이 1루를 맡고 이대호는 출전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지명타자가 없어지면서 선발투수인 노경은이 졸지에 투타겸업을 하는 한국판 '오타니'가 됐다.
▶김성근 홧김 한마디가 불러온 후폭풍
한화가 지난 5월 23일 '김성근 감독의 사의 표명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팬들은 의아했다. 김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부터 몰랐기 때문이다. 한화 측은 '21일 2군 선수들의 추가 훈련을 구단이 만류하자 김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하자면 김 감독이 '훈련 못하게 하면 나 안해'라고 말했고 구단은 '그럼 하지마'라고 한 셈이다. 김 감독의 실제 사퇴 의사가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양 측의 대처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시작부터 박종훈 단장과 껄끄러웠던 김 감독의 마지막은 또 중도하차가 되고 말았다.
▶손아섭, 내 홈런 돌리도
지난 7월 2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는 롯데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손아섭은 상대 선발 윤성환의 타구를 힘차게 때렸고 타구는 펜스의 노란선을 맞고 담장을 넘어갔다. 심판은 홈런을 선언했고 손아섭은 베이스를 돌아 홈을 밟았다. 하지만 문제는 삼성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비디오판독센터는 판정을 번복해 2루타를 선언했고 손아섭은 2루로 돌아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노란선을 맞고 넘어간 타구는 홈런이 맞았다. 판독센터가 구장의 홈런기준선을 잘못 판단한 결과다.
이 오심은 심판 합의판정제도에서 업그레이드돼 올시즌 처음으로 시작된 '비디오판독'에 먹칠을 했다.
▶초이스, 높이 보내기보단 멀리보내야지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가 한 경기에서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의 천장을 2번이나 맞히는 괴력을 자랑했다. 이전에도 천장을 맞혀 안타가 나온 경우는 있었지만 한 경기에 2번 천장을 맞힌 것은 초이스가 처음이다. 지난 9월 7일 LG와의 경기에서 6번-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초이스는 4회말 상대 선발 데이비드 허프의 공을 때려 3루쪽 내야 천장 구조물을 맞혔다. 일반 구장이었으면 3루쪽 관중석에 떨어졌겠지만 돔구장에서는 천장에 맞았고 3루수 양석환에게 잡혀 파울 플라이 아웃으로 기록됐다. 돔구장 로컬룰에 따르면 천장에 맞은 것도 인플레이 상황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아쉬워하며 타석에서 물러났던 초이스는 7회말 세번째 타석에서도 천장을 맞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3루타가 됐다. 타구는 외야 페어지역 천장을 맞힌 후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졌다.
▶이대호가 오재원을 훈계했다고?
롯데 이우민은 6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1-9로 크게 뒤지던 8회초 2사 1루에서 2루 땅볼을 쳤다. 공을 잡은 2루수 오재원은 2루로 달리던 1루주자 이대호를 직접 태그해 이닝을 끝냈다. 태그를 해도, 2루에 송구를 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오재원은 바로 앞에서 달려오는 이대호를 태그하는 방법을 택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양팀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를 하려고 도열할 때 이대호는 손짓으로 오재원을 불렀다. 이대호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오재원에게 어떤 말을 했고 오재원은 두세번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이에 네티즌들은 '관중이 다 보고 있는 상황에서 훈계는 적절치 않다' '충분히 태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선배라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 주장하며 논란은 증폭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논란은 오재원의 센스로 금새 마무리됐다. 다음날 경기에서 오재원은 1회 볼넷으로 출루해 1루수 이대호에게 기습 포옹을 시도했고 이대호도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왜 반말해? 기분 나쁘게
지난 9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에서는 LG 선수와 코치가 모두 더그아웃으로 철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3회초 강상수 LG코치는 선발 헨리 소사를 체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며 김병주 구심에게 "(볼이) 낮아(요)?"라고 물었다. 이에 김 구심은 유지현 3루코치에게 "강 코치는 반말을 지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김 구심은 강코치를 주시했고 양상문 감독은 "강코치를 째려보는" 것에 대해 항의하며 선수와 코치를 모두 철수 시킨 것. 곧 다시 경기는 속개 됐지만 아직도 양측의 의견을 엇갈리고 있다. 강 코치는 "낮아요?"라고 물었고 김구심은 "낮아?"라고 들었다.
▶언제 끝나? 역대 6번째 1박2일 경기
KBO리그가 출범한 이후 여섯번째로 '1박2일' 경기가 열렸다. 지난 6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경기에서는 8회 5-5가 된 후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10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천웅이 만루 홈런을 쳤고 이어 정성훈이 희생플라이를 때리며 10-5로 LG가 승기를 잡았다. 롯데는 패색이 짙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장 10회말 타자일순하며 5점을 뽑아내 동점을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경기는 자정을 넘겼고 마지막 이닝이었던 연장 12회말 전준우의 중전 적시타로 롯데가 1점을 보태 12대11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장단 34안타에 투수만 16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롯데는 10명의 투수를 투입해 역대 타이기록을 세웠다. 총 5시간 38분이 걸린 대혈투였다.
▶KBO리그에 나타난 도미니칸 배터리
5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는 마치 메이저리그를 보는 듯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 2명이 한화 배터리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날 선발 투수는 알렉시 오간도 그리고 포수 마스크는 윌린 로사리오가 썼다.
로사리오의 포수 출전은 선발 오간도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메이저리그에서 포수로 활약했던 로사리오를 두고 오간도가 구단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미니칸 리그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춘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리그에서 주로 1루수로 나섰던 로사리오는 이날 6회까지 발군의 투수 리드를 보여주며 단 1실점만 해 팀의 3대1 승리에 기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이 도미니칸 배터리는 더이상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불만이 많았으면 정치를 하지
한화 김원석은 지난 11월 팀에서 방출당했다.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 문제가 됐다. 김원석은 이 SNS에서 한 팬과 대화를 나누며 팀 코칭스태프와 치어리더, 홈지역 팬들에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닥치는대로 비난했다. 문제는 이 내용이 한 야구 커뮤니티에 공개됐다는 것이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만 팀은 김원석을 '다시' 방출했다. 김원석은 2012년 7라운드 60순위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별다른 활약을 못하고 첫 시즌 후 방출됐었다. 알렉스 퍼거슨 경의 "SNS는 인생 낭비다"라는 말이 다시 떠오르는 사태였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