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텁게, 더 두텁게.'
KIA 타이거즈의 스토브리그 움직임에는 확실한 테마가 있다. '뎁스(depth)의 강화'다. 흔히 '선수층'이라고 표현하는 뎁스는 각 포지션별 주전과 그를 받치는 백업의 질과 양을 동시에 의미한다.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차 드래프트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방출 선수가 투수 2명에 그친 것도 그 일환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KIA는 외부 FA 시장에 관해서는 일찌감치 관심을 접었다. 핵심 전력인 양현종, 김주찬의 내부 FA를 잡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이었기 때문. 또 우승 주역인 외인선수 3인방과의 재계약도 주요 과제였다. 굳이 다른 곳에 지갑을 열 이유가 없었다. 다행히 외인 3인방과는 모두 재계약을 마무리했다. 양현종과 김주찬이 남아 있지만, 좋은 분위기 속에서 협상을 이어가고 있어 무난하게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KIA가 스토브리그에서 아예 움직이지 않은 건 아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최정용-황윤호-유민상 등 3명의 선수를 뽑은 데 이어 삼성 라이온즈와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이영욱을 데려왔다. 2차 드래프트야 모든 팀이 다 참가하는 일이지만, 스토브리그에서 트레이드는 전례를 찾기 힘든 매우 색다른 일에 속한다.
그런데 이 두 번의 선수 보강은 모두 한 가지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다. 내년 시즌에 위험 요소가 있다고 판단한 포지션에 대한 보강, 즉 '뎁스 강화'다. 2차 드래프트는 '내야 백업', 트레이드는 '외야 백업'이라는 확실한 주제가 담겨 있다.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세 명은 모두 내야수인데, KIA는 유민상에게 외야 수비도 기대한다. 또 한기주를 보내고 데려온 이영욱은 호타준족형 정통 외야수다.
KIA가 이렇게 내·외야 백업 선수를 쓸어 담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년에도 정상에 서기 위한 대비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내야나 외야에는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 주전들은 확실한 성적을 냈고, 백업 요원들도 건실하게 뒤를 받쳐 우승에 기여했다. 그런데도 KIA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 내년 시즌에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기 의식의 발단은 주전 유격수 김선빈의 발목 수술이었다. 지난달 7일에 부상에 시달리던 발목을 수술했다. 내년 개막전 복귀가 목표인데, 예상대로 회복이 잘 되더라도 관리가 필요하다. 공수에서 팀의 주축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그래서 백업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올해 그 역할을 해주던 고장혁이 시즌 후 군에 입대해 뎁스가 약화됐다. 그래서 2차 드래프트에서 내야수만 세 명 뽑았다. 각자 캐릭터가 달라 여러 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영욱의 트레이드 영입도 마찬가지다. 재계약이 유력한 베테랑 김주찬의 나이와 건강 상태, 백업 외야수 김호령과 이진영의 군입대 변수 등을 감안했을 때 뎁스 강화용 카드가 필요했다. 이영욱은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KIA는 2018 시즌의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