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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신태용호, 콜롬비아전 3가지 관전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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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가 출범 4개월 만에 최강의 적을 만난다.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가 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10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최종예선 2연전과 10월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무승에 그친 신태용호는 난파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월드컵, 유럽선수권 우승을 경험한 스페인 출신 코치 2명의 합류라는 든든한 '백'도 얻었다. 에이스 손흥민과 '캡틴' 기성용은 빠르게 경기력을 끌어 올렸고, K리거들도 절정의 기량을 과시 중이다. 취임 4개월 만에 비로소 본선 채비의 '판'을 깐 신태용호, 2014년 브라질월드컵 8강팀이자 최정예를 데리고 방한한 콜롬비아를 상대로 반전 스토리를 쓸 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붉은 손흥민' 중앙에선 과연 터질까?

A대표팀에선 작아졌던 손흥민에게 다시 눈길이 쏠린다. 신 감독의 승부수는 변화다. 측면 공격수 자리를 지켰던 손흥민을 중앙으로 옮긴다.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하얀 손흥민'에서 얻은 힌트다. 슈틸리케호 황태자였던 이정협(부산)이 도우미로 나선다. 이정협이 원톱, 손흥민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설 것이 유력하다. 이정협이 폭넓은 활동량으로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고 침투와 결정력이 좋은 손흥민이 마무리를 짓는 공식이다. 상황에 따라선 두 선수가 역할을 바꾸는 모습도 기대해 볼 만하다.

손흥민의 부활은 신태용호 본선의 운명과도 직결되어 있다. 현재 국내 최고의 기량을 갖춘 자타공인 에이스가 살아나야 한국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지난 최종예선에서 단 한 골에 그친 부진을 어떻게든 떨쳐내야 한다. 콜롬비아전에서의 포지션 이동 노림수가 가져다 줄 나비효과도 상당하다. 손흥민의 중앙 이동이 성공하면 또다른 측면 자원인 이근호(강원) 염기훈(수원 삼성) 등의 활용폭도 그만큼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신 감독의 본선 공격 구상도 그만큼 수월해질 수 있다.

▶최고 난이도 시험대 오르는 수비, 그리고 '기성용 시프트'

이번 콜롬비아전은 신 감독이 앞서 치른 4경기보다 훨씬 높은 레벨의 '모의고사'다. 브라질월드컵 득점왕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 뿐만 아니라 후안 콰르다도(유벤투스), 카를로스 바카(비야레알) 등 유럽 내에서도 톱클래스로 꼽히는 공격수들을 상대한다. 10월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러시아(2대4 패), 모로코(1대3 패)에게 7실점을 하면서 무너진 수비라인의 중압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10월 패배를 만회해야 하는 신 감독의 수비 조합은 '안정'에 초점이 맞춰진다. 측면에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한 김진수 최철순이 낙점을 받았다. 센터백 자리에는 김영권(광저우 헝다)-장현수(FC도쿄) 라인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안정을 원하는 신 감독이나 스페인 대표팀 시절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을 보좌해 포백을 다져온 토니 그란데 코치의 성향을 감안하면 이번 콜롬비아전의 기본은 포백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기성용 시프트'의 활용이 관건이다.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인 기성용은 빌드업과 전방 패스 공급의 중심이나 상황에 따라선 센터백과 보조를 맞추는 수비적 임무도 가능한 선수다. 김영권 장현수 모두 대표팀에서 기성용과 오랜기간 호흡을 맞춰왔고 김진수 최철순이 공격적 성향의 윙백인 점을 고려하면 콜롬비아전 흐름에 따라 신 감독이 추구하는 '변형스리백'으로 전환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리 맞댄 신태용과 그란데가 만들어낼 하모니

신 감독은 이번 콜롬비아전 준비에 평가전 이상의 정성을 들였다. 이번 평가전을 앞두고 합류한 그란데-미냐노 코치의 의욕도 대단하다. 이들은 스페인 대표팀 시절 활용했던 콜롬비아 분석 비디오 뿐만 아니라 A대표팀의 콜롬비아전 대비 비디오까지 세세히 짚어가면서 조합을 찾아가고 있다. '터줏대감'인 신 감독도 이들의 열정과 새로운 시각에서의 접근에 만족스러워 하는 눈치다. 대표팀 관계자는 "그란데 코치가 합류한 뒤 신 감독과 매일 붙어 다니며 의견을 맞춰가고 있다"고 전했다. 신 감독 역시 이번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노트까지 직접 마련해 필승방정식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데려온 명망 높은 코치와의 미묘한 동거에 대한 우려는 일찌감치 사라져가는 모습이다. 승리를 향한 갈구와 본선 성공에 대한 열망이라는 두 지도자의 공통점이 빠르게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신 감독은 "분명 우리가 지금 부족하지만 지금 당하는 게 좋다. 지금 보완해야 한다. 그 생각엔 변함 없다. 그래야 월드컵서 좋은 결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와의 첫판에서 신 감독은 한국 축구 특유의 '투혼'을 되살리겠다는 각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