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제작발표회 현장 질의 응답시간, 기자가 아닌 승리가 손을 들었다.
앞선 27일 서울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는 JTBC '믹스나인'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수많은 취재진이 모인 자리. 연출을 맡은 한동철 PD, 유성모PD,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인 YG의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와 승리, 자이언티가 참석했다.
기자들의 질문과 참석자들의 답변이 오고가던 중, 승리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며 잠시 '기자'를 자청했다.
그는 옆에 앉은 양현석 대표에게 "최종적으로 9명을 선발하는데, 데뷔를 하게되면 소속은 어떻게 되는지. 예를들어 YG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인지 등, 9명의 활동계획이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이는 이날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맞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와 취지의 설득력을 좌우한다. 그리고 또한 앞으로 펼쳐질 '눈물겨운 드라마'의 당위성을 안겨주며 종영 후 데뷔조 활동의 지표가 되기 때문.
즉 최조 프로그램 기획안을 작성한 후에 '가장 먼저' 정해졌어야 할 기본 지침인 셈이다.
승리가 질문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기자가 분명히 질문했을 법한 사안. 그런데 이어진 양현석 대표의 답변은 놀라웠다. 그는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믹스나인'은 양현석 대표가 전국에 숨은 60여개 가요 기획사를 직접 방문, 수백명의 연습생(또는 데뷔경험자)을 두눈으로 확인한 후 서바이벌을 통해 보석같은 인재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최종 9명에게는 데뷔까지 약속됐다.
아시아 최고의 제작자이자 '산전수전' 다 겪은 양현석 대표의 '눈'과, 정상의 자리에 선 선배(태양, CL,승리, 자이언티)들의 심사하며 '프로듀스101', '쇼미더머니'를 탄생시킨 마이다스의 손, 한동철 PD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심사의 퀄리티와 예능적 재미, 데뷔조에 대한 관심은 보증된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구성임에도 데뷔 9명이 소속은 어떻게 되는지, 데뷔 후 발생하는 수익의 분배 기준은 무엇이며 9명으로서의 활동기간은 어디까지 인지, 활동기간 중 9명 연습생들의 각 소속사 대표 중 누군가가 임시로 매니지먼트를 맡는 것인지, 혹은 YG가 이를 대신할 지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믹스나인'은 첫방은 커녕 60개 기획사 중 첫번째 기획사의 문턱 조차 넘을 수 없는 셈이 된다.
지침이 없는데 60개 기획사 대표들은 무슨 이유로 현관문을 열어주며, 자식같은 연습생들을 앙현석 대표 앞에 내놓을 수 있을까. 곧 펼져질 서바이벌에서의 그들이 가질 기대감은 무엇이며, 향후 계획은 무엇을 기준으로 세울 수 있을까.
60여개 기획사 중 YG보다 큰 규모를 가진 회사는 없다. 그 대표들 중 누구도 '양현석'보다 '큰'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영향력이나 회사 자금력은 기획사에 따라 1000배 이상 차이나기도 한다.
연습생들은 '인생 최대의 기회'를 맞이한 듯 양현석 대표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며 발탁된 이들은 눈물을 흘리는데, '지침'이 없다면 그 기획사들은 아무런 기약도 없이 '거물' 또는 '거대기획사'에게 소중한 연습생을 내주는 셈이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연습생을 참가시키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데뷔조에 우리 연습생이 한명~X명 정도 포함되어, 회사가 수익을 올렸으면 좋겠다", "활동기간이 끝나면 원래 팀으로 돌아와서, 그 화제성으로 비로소 원소속팀의 데뷔에 일조했으면 좋겠다", "최종 데뷔조에 속하진 못하더라도 프로그램에서 인지도를 얻은 다음, 그로인해 성공적인 데뷔를 시키겠다" 와 같은 설계를 하기 마련이지만, '믹스나인'에서는 이 모든것이 불투명하다.
결국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말이 '거짓말' 또는 '보안 사항'이 아니라면, '믹스나인'에서 그려지는 환희와 감동, 열정의 땀방울은 모두 앞뒤 설득력이 없는 '촌극'이 되는 셈이다.
29일 방송된 첫방은 1.9%의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속단하긴 이르다. 시청자의 평이 좋고, 아직 본격적인 서바이벌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 중~후반부에는 지드래곤의 참여까지 예정돼 있다. 하지만 '흐름'을 타기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명확한 활동기준, 지침의 발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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