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으로 빈(wien)과 함부르크(Hamburg)에 주재하면서 만난 100여 명이 넘는 전문가들의 강연과 견해를 담았다. 저자는 그들의 시각을 통해 '독일 모델'의 다양한 현상에 심층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에 대해 피상적인 관찰과 해석을 넘어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먼저 독일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패턴적 현상을 관찰한다. 연방제와 합의제 의회정치, 법치주의, 사회적 시장경제, 균형재정, 에너지 전환 같은 제도적 현상을 소개하고 한자 정신, 종교개혁 등의 전통을 되짚는다. 이어 신성로마제국에서 바이마르공화국, 히틀러의 제 3제국을 거친 후의 과거사 극복과정 그리고 통일 후 경제기적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제도적 현상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밝힌다.
저자는 주장한다. "어떤 설명도 비교없이는 또렷해지지 않는다. 비교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래서 독일이라는 거울을 빌려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특히 독일모델의 기저를 이루는 연성적 요소들이 한국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 그것이 설령 부정적이라 하더라도 가감없이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다. 또 생각과 대화문화, 네트워킹 열풍, 칸막이 없는 사회, 저신뢰 사회, 낮은 국제화 수준, 지속가능하지 않은 완벽주의, 동물학대 등에 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감추지 않는다.
독일의 모델적 특성은 전 지구적인 이슈들을 거의 모두 망라한다. '세계화는 우리에게 득인가, 실인가?', '기본 소득제는 합리적 대안인가?',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 오고 있는가?', '종교개혁 500년을 맞이한 현대인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를 갖나?', '관료제와 관료주의는 현대국가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등과 같은 주제 외에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경유착에 대한 경고와 민영화의 한계, 구글세 논쟁, 고액 연봉의 적정선과 사회의 재봉건화,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등에 관해서도 독일의 사례에 비추어 통찰을 제공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