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K리그 클래식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야기했다. 불꽃 튀는 '말의 전쟁'이었다. 하지만 신태용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갈라졌던 목소리는 하나가 됐다.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축구인 답게 함께 걱정하고, 함께 응원했다.
K리그 클래식 상위스플릿 미디어데이였지만, 역시 최근 화제의 중심인 신태용호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기 어려웠다. 어렵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신태용호는 '히딩크 논란'에 시달리더니, 지난 러시아전 평가전 완패로 팬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분명 최악의 분위기다. 이런 상황 속 각 팀 감독들은 조심스레 대표팀 문제에 대한 그들만의 견해를 전했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론은 하나, '믿음'이었다.
맏형 최강희 전북 감독은 "믿음과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책임진 바 있었던 최 감독은 "나도 잠깐 대표팀을 맡아봤지만 예선부터 본선까지 협회, 언론, 팬들이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않는다면 어떤 감독이 팀을 맡아도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며 "어차피 (신태용 감독 체제로) 정해진 상황이다. 논란보다는 믿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역시절 태극마크를 달고 최전방을 누볐던 김도훈 울산 감독도 "분위기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믿음과 신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선수들이 좀 더 편안하게 자신의 축구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한다"고 했다.
'믿음'을 보여주는 것은 역시 응원이었다. 1994년 미국월드컵 스페인전 동점골의 역사를 썼던 서정원 수원 감독은 "(대표팀의 어려움은) 어느 한 부분의 문제가 아니다. 이럴 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팀이 흔들리지 않게 응원을 해준다면 본선 준비에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조성환 제주 감독도 "제주가 올 시즌 12경기에서 무패 기록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분위기와 자신감"이라며 "오늘 만큼은 마음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대한민국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표팀이 그런 분위기와 자신감을 가져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호진 강원 감독대행도 "갑자기 팀을 맡은 신태용 감독을 좀 더 믿고 기다려주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응원을 넘어 당부의 말도 전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황 감독은 "축구를 잘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5대0, 6대0의 대승이 아닌 혼신의 플레이, 최선의 모습을 다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후배들이 희망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 다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