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축제 분위기 속에 프로야구 가을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구도(球都)' 부산에서 5년 만에 포스트시즌이 열려 더욱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낙동강 라이벌'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서 치열한 승부 끝에 1승씩을 나눠가졌습니다. 취재 현장을 누빈 스포츠조선 야구전문기자들이 모여 명승부 속에 펼쳐진 준플레이오프 뒷얘기를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롯데가 이겼는데, 사직구장이 꽉 차지 않은 것은 의외였습니다. 2만6000석 중 불과 831석이 비었죠. 전날 연장 11회 7점을 내주면서 어이없게 패한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1차전 직후부터 2차전이 열린 9일 오전까지 무려 1400장이 넘는 예매분이 취소가 됐다네요. 포스트시즌 티켓은 KBO가 발매, 관리하는데 1986년 개장한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28경기 가운데 매진이 안 된 건 이번이 8번째랍니다. 가장 최근은 2012년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었구요.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현장 판매분이 있다는 소식이 다소 늦게 알려졌기 때문인 것 같다. 1차전서 졌다고 해도 5년 만에 가을잔치를 하는데 팬들이 그렇게 일찍 등을 돌릴 상황은 절대 아니다"며 항변하더군요.
○…준플레이오프 2차전의 주인공은 선발승을 따낸 롯데 브룩스 레일리였는데요. 6회 나성범의 부러진 방망이에 왼 발목을 맞아 출혈상을 입었지요. 검진 결과 뼈, 인대에는 이상이 없고 피부가 찢어져 세 바늘을 꿰매 그나마 다행이라는 게 롯데의 반응입니다. 조원우 감독은 레일리가 남은 준플레이오프 출전은 힘들다고 보고 있는데요. 10일 선수단의 창원 이동에 합류하지 않고 부산에 남아 휴식을 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본인은 창원으로 가 동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는데, 트레이닝 파트와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결정할 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NC 다이노스에서 포스트시즌만 되면 가장 관심을 많이 받는 선수 중 한 명이 나성범입니다. 중심 타자이자, 팀을 대표하는 스타이기 때문이죠. NC가 1차전에서 승리했지만, 김경문 NC 감독은 나성범(5타수 1안타)의 부진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나성범이 2차전에 앞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자, "잘 치는 선수를 인터뷰 하라. 얘는 오늘 나가서 쳐줘야 한다"며 애정 어린 구박(?)을 했습니다. 나성범은 민망한 듯 뛰어서 라커로 들어갔습니다. 그 효과였을까요. 나성범은 2차전에서 4타수 2안타로 감을 찾았습니다.
○…올 시즌 NC를 지켜보면서 요즘처럼 선수단 분위기가 좋았던 적이 있었나 싶네요. 사실 페넌트레이스를 4위로 마쳐 힘이 빠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되려 화기애애하더라고요.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3일 한화 이글스전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NC가 이기고, 롯데가 지면 3,4위가 다시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승부가 연장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때 롯데가 이겨 3위를 확정했다는 소식이 경기 중에 더그아웃에 날아들었고, NC는 백업 선수들을 모두 내보내 컨디션을 점검했습니다. 오히려 4위로 시즌을 마쳐 선수들의 독기가 바짝 올랐으니 '전화위복'이라고 해야겠죠?
○…1, 2차전에서 가장 눈에 띈 건 NC 다이노스의 원정 응원단이었습니다. 약 3000명의 팬들이 공룡 풍선을 흔들며 롯데 홈팬들과 맞섰죠. 사직구장 롯데 홈경기를 수없이 봐왔지만 3루쪽에 그렇게 많은 원정 응원단이 자리를 잡은 건 처음봤어요. 이에 가장 놀란 건 롯데 관계자들이었습니다. 부산과 창원이 가깝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원정 관중이 올 거라고는 예상을 못한거죠. 부산-경남 지역이 롯데 만을 위한 텃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옛날 추억이 됐나봅니다. NC 관계자에게 '혹시 응원 열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동원된 관중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절대 아니다. 우리도 깜짝 놀랐다. 티켓 예매가 쉽지 않았을 텐데 팬들께 정말 감사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3, 4차전은 NC의 안방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립니다. 롯데 팬들이 반격을 보여줄 시간입니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 자이언츠. 오랜만의 가을야구다보니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선수가 꽤 있습니다. 경기 전부터 여러 선수가 긴장한 모습이었는데, 경기 때도 굳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힘을 되찾는 듯 합니다. 특히, 롯데에서 처음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선수들은 홈 팬들의 응원에 깜짝 놀랐습니다. 1차전 대타 홈런의 주인공 박헌도는 "나는 원래 세리모니를 안 한다. 그런데 홈런을 치고 나도 모르게 세리모니가 나왔다. 넥센 시절에도 많은 응원을 받았지만, 롯데 팬들의 함성이 정말 커서 놀랐다"고 하더군요. 필승 계투조 박진형은 "빨간 유니폼이 정말 멋있다. 힘이 됐다"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롯데 선수들은 1차전 패배 후 오히려 "이제 1경기 끝난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런 자신감이 남은 경기에서도 이어질 지 궁금하네요. 정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