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국 아이슬란드가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아이슬란드의 총 인구는 약 34만명(33만5000명). 서울시 도봉구(약 34만6000명) 보다 적다. 종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인구 최소국은 137만명의 트리니다드토바고(2006년)였다. 아이슬란드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서 트리니다드토바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아이슬란드는 10일(한국시각) 홈 레이카비크에서 벌어진 코소보와의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조 마지막 경기서 2대0 승리했다. 이로써 아이슬란드는 승점 22점으로 크로아티아(승점 20)의 추격을 따돌리고 I조 1위를 확정, 내년 월드컵 본선에 직행했다. 이날 우크라이나를 2대0으로 꺾었지만 아이슬란드에 뒤진 크로아티아는 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아이슬란드의 해결사는 1골-1도움을 기록한 간판스타 시구드손이었다. 그는 전반 40분 선제 결승골을 뽑았고, 후반 23분에는 구드문손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했다.
아이슬란드는 유로2016(프랑스) 8강에 오르면서 이미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16강에서 잉글랜드를 2대1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인구 소국에다 국토의 80%가 빙하와 용암지대인 아이슬란드는 최근 몇년 새 축구 경쟁력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0년 100위권 밖에서 놀았던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현재 22위까지 치솟았다.
아이슬란드축구협회 등록선수는 2만명이 넘는다. 인구 대비 축구 선수가 매우 많은 편이다. 축구 클럽도 많다. 프로 1부리그엔 12팀이 참가한다. 2부도 12팀, 3부도 7개 권역에 50팀이 있다. 1부는 추운 날씨 때문에 매년 5월부터 9월까지 짧게 리그를 치른다. A대표 선수들은 전부 해외리그로 나간다.
아이슬란드축구협회는 긴 시간을 보고 유소년과 지도자 육성에 투자했다. 국가가 비용을 부담했다. 먼저 훌륭한 지도자 교육에 힘을 쏟았다. 지도자들에게 최신 축구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했고, 재교육을 진행했다. 나이 어린 지도자들에게는 UEFA(유럽축구연맹)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런 노력으로 UEFA A급 지도자 자격증 소지자가 180명에 육박했다.
국가는 어린 아이들에게 비용 부담없이 축구 등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 흡연 등 이탈과 비행이 줄었다. 현재 아이슬란드는 학교 수업으로 5인제 축구를 가르친다. 수업 일정과 별도로 운영하는 축구 교실도 연령대별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추운 날씨를 극복하기 위해 실내 인조 잔디구장을 많이 만들었다. 학교에 미니 축구장을 지었다. 현재 100개 이상의 미니 축구장이 운영되고 있다.
치과의사 출신 할그림손 감독(아이슬란드)은 "이 성공은 끝이 아니다. 여전히 마지막 목표를 위해 긴 여정이 남았다"고 말했다. 분자키 코소보 감독은 "아이슬란드는 우리 처럼 소국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평가했다.
D조 세르비아도 조 1위를 기록하며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세르비아는 홈에서 조지아를 1대0으로 제압, 승점 21점으로 아일랜드(승점 19)를 따돌렸다. 아일랜드는 웨일즈 원정에서 맥클린의 결승골로 1대0 승리하면서 극적으로 조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간판 스타 가레스 베일이 빠진 웨일즈는 홈에서 패하면서 3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인구 소국 월드컵 본선 진출국
국가=인구(명)
아이슬란드=33만5000
트리니다드토바고=137만
북아일랜드=185만
슬로베니아=208만
자메이카=289만
웨일즈=310만
※출처=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