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연장 11회초 롯데 자이언츠가 와르르 무너지기전까지는 명품 투수전이었다. 갑작스런 11회 홈팀 롯데의 7실점 악몽. 그 와중에 부산 사직구장 그라운드로 볼썽사나운 물체 하나가 날아들었다. 소주페트병.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내야 관중석 복도를 서성이다가 재빠르게 소주가 채워진 묵직한 페트병을 던지고는 도주했다. 순간 사직구장 관중들은 문제의 남성에게 분노를 표하며 야유를 보냈다.
도망치던 남성은 구장 안전요원에 붙잡혔고, 곧바로 경찰에 인도됐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해당 남성은 경찰조사를 받았고, 경범죄로 즉결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시즌권을 소유한 팬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주 반입은 불법이다. 야구장에서는 도수가 높은 술을 반입할 수도 없고, 먹어서도 안된다. 야구장 입장시 클린캠페인 일환으로 주류 반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하지만 옷깃에 감추거나 은밀히 숨기면 제재가 쉽지 않다. 이 와중에 단속요원과 말다툼을 하는 일부 팬들의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어느 사회, 어느 공간이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은 있다. 극소수 때문에 당시 사직구장을 꽉 채운 2만6000명이 욕을 들을 이유는 없다. 또 자주 언급되는 '어린이들이 보고 배울까 무섭다'는 걱정도 사실 필요가 없다. 서너살 유아라면 모를까 유치원을 다니는 정도의 '교양'만 있어도 위험한 물건을 그라운드를 집어던지는 것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안다.
척 보면 아는 사회규범은 우리가 말을 배우며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로부터, 사회로부터 피부로 체득한다. 늘 그렇듯 문제는 어른들이다. 그것도 말썽피우는 골치아픈 어른들이다.
즉결심판을 받았지만 이 남성은 또 다시 사직구장을 찾을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뿐만 아니라 KBO리그 10개구단은 공히 단발성 문제 야기에 대해 딱히 제재조항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구단이 할 수 있는 것은 문제가 발생될 때마다 경찰에 인계해 처벌을 받게 하는 것 뿐이다.
지난해 10월 메이저리그에서는 큰 사건이 있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토론토에 있는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한 관중이 좌익수 김현수가 수비하는 사이 맥주캔을 던졌다. 토론토 구단과 토론토 경찰의 대응은 단호했다. 맥주캔의 투척 방향을 역추적해 찾은 용의자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고, 얼마 뒤 범인을 잡았다. 1년간 전 메이저리그 구장 출입금지와 사회봉사명령, 여기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기까지 했다. 현지미디어 현직 기자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이번 사안에 대한 롯데 구단의 대처는 빨랐고, 사직구장 관중들은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다. 잘못된 행동을 단호히 거부하는 사회적 공감대는 모든 강제규범 위에 존재한다. 하지만 모두가 상식의 범주 안에 있을거라 단정짓는 것은 위험하다. 언제든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KBO차원에서 이런 문제소지를 줄여야한다. 구장출입금지 조치를 강화시켜야 한다.
물론 얼굴을 대조해서 출임금지를 시키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고, 문제를 일으킨 이의 얼굴 사진을 붙여놓고 주위환기를 시키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 그럼에도 출입금지조치는 심리적 압박 등 예방효과가 있다. 어영부영 넘어가는 것은 제2, 제3의 그릇된 행동에 용기를 부여하는 꼴밖에 안된다. [스포츠1팀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