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가 되는 순간 오히려 편해졌어요."
NC 다이노스는 아쉬움 속에 페넌트레이스를 마치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했다. 시즌 중반까지 1위 KIA 타이거즈를 위협하면서 선두 다툼을 했었는데, 후반기 팀 성적이 떨어지면서 4위까지 미끄러졌다. 특히 시즌 종료를 몇 경기 안남겨두고 롯데 자이언츠에게 3위를 내준 것은 충격이었다. 부상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서도 2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최소 2~3위로 시즌을 마치는 것이 '베스트'였는데, 오히려 상대 기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났다. 때문에 본격적으로 포스트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5위 SK 와이번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러야 했다.
하지만 NC 선수단 분위기는 시즌 중 어느때보다 좋다. 최악의 분위기에서 정규 시즌을 마친 것이 되려 전화위복이 됐다. 특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SK를 10대5로 완벽하게 꺾으면서 1경기로 끝을 냈고, 불리한 조건을 스스로 지웠다. 투수력, 체력 소진도 거의 없이 준플레이오프를 맞이했기 때문에 선수단 분위기도 자신감이 넘친다.
그중에서도 이호준과 이종욱 등 '베테랑' 선수들이 덕아웃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지고있을 때도 쉬지 않고 선수들을 격려하며 파이팅을 불어넣는다.
이종욱은 "단기전은 분위기가 중요하니까 하는거다. 당연히 해야하는 부분이다. 보통 어린 선수들은 한 타석을 못치고 들어오면 크게 좌절하고 낙담하곤 한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분위기를 띄운다"고 했다.
예상대로 정규 시즌을 4위로 끝낸 것이 NC 선수단을 더욱 단단하게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호준도 "은퇴를 앞두고 약간 느슨해졌었는데, 3위에서 4위가 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이종욱은 "4위를 한 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선수단 분위기가 어느때보다 좋다. 줄곧 1위를 보고 달리면서 욕심을 내다보니 오히려 많이들 지쳐있었다.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생각에 분위기가 더 다운돼더라. 그런데 4위를 한 순간 오히려 편해졌다. 더 잃을 것도 없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서게 된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지난해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1승도 못하고 두산 베어스에 우승을 쉽게 내준 것이 NC 선수들을 성장하게 만들었다. NC 선수들은 이구동성 "작년같은 후회는 하고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종욱 역시 "나는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4번(2007,2008,2013,2016) 했다. 특히 작년 두산을 보면서 의욕을 가지고 덤비면 우승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욕심을 낼 수록 절대 이룰 수 없다. 마음을 비우고 즐겨야하는 것 같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편해졌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정규 시즌 4위의 성적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러야하는 부담도 모두 불리한 여견이라고 생각하지 않고있다 .이종욱은 "1,2차전이 열린 부산은 원정이지만 우리팬들도 많이 와주셨다. 다들 즐긴다는 느낌"이라면서 "어디까지 간다는 목표는 정해두지도 않았다. 그냥 한다. 솔직히 준플레이오프라는 느낌도 없다. 시즌이 이어지는 것 같다. 우리 선수들 모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부산=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