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투수들의 체력은 후반기들어 뚝 떨어진다. 장기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선발, 불펜 가리지 않고 체력 저하는 균등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 팻 딘은 예외 대상이다. 지난해 KIA는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로 외국인 투수 체제를 꾸렸다. 지크와 이별을 택한 후 팻 딘을 영입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선발 경험이 많고, 제구가 되는 좌완 투수라는 점이 KIA 코칭스태프의 관심을 끌었다.
전반기에는 불안감도 있었다. 시즌 출발은 좋았지만, 6월과 7월에 접어들면서 조기 강판되는 경기가 많았다. KIA는 7월 19일 넥센전에서 팻 딘을 불펜으로 투입하는 강수까지 띄웠지만 실패했다. 당시 외국인 투수 교체 마감 기한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팻 딘을 교체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헥터-양현종 '원투펀치'는 굳건하지만, 나머지 3~5선발 변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KIA는 외국인 투수를 교체할 생각이 없었다. 늘 하던대로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리스트업'하는 작업을 해왔지만, 시즌 중에 팻 딘 이상의 선발 요원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 당시 팬들의 성화와 교체 여론도 파악하고는 있었지만 밀어 붙였다.
그리고 팻 딘은 후반기에 대반전을 이뤄냈다. 후반기 시작 이후 팻 딘이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은 단 한번 뿐이다. 전반기 1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88, 피안타율 0.326, 15개의 홈런을 허용했지만, 후반기 13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31.8, 피안타율 0.272, 7개의 홈런을 허용할 정도로 안정감이 생겼다.
딱 하나 단점은 팻 딘이 올해 유독 승운이 없다는 것. 시즌 첫 등판때부터 불운으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던 팻 딘은 올 시즌 끝까지 불운이 이어졌다. 다행히 29일 한화전에서 시즌 9승째를 챙겼지만, 10승은 사실상 불발됐다.
그래도 KIA는 팻 딘의 기막힌 반등으로 인해 고민을 덜었다. '스리펀치'가 확실해진 셈이다. 특히 29일 한화전에서 팻 딘이 중요한 경기를 잡아주면서 매직 넘버도 2까지 줄였다. 포스트시즌 선발 구상 역시 훨씬 수월해졌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