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이영하가 팀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줬다. 물론 부진해서가 아니다. 예상 외의 빠른 성장세에 두산은 딜레마에 빠졌다.
이영하는 지난 1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선발 등판한 고원준이 1회 2실점하고 2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강판당하자 곧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6이닝 3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급 완벽 피칭을 선보였다. 이같은 호투는 올시즌 피홈런과 볼넷이 많아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평가를 뒤로하고 1군 무대에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쳤다는 의미다.
이영하는 올해 총 19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ERA) 5.71을 기록중이다. 지난 5월 1군에 콜업된 이영하는 초반 호투하다 부진을 거듭하며 7월 다시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이후 롱릴리프가 절실하던 8월 10일 다시 1군에 올라왔고 이후부턴 승승장구 중이다.
8월 10일 이후 이영하는 총 7경기에서 12⅔이닝을 던져 단 2실점만 하며 ERA 1.42를 기록중이다. 후반기 두산 불펜의 기둥 역할을 했고 최근 마무리로 변신한 김강률(1.46)보다 좋은 성적이다. 게다가 16일 경기에서의 호투로 김태형 감독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선발로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본인이 직접 증명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영하의 상태면 차근차근 선발수업을 시켜 팀의 미래 에이스로 키우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2016년 1차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영하는 입단 후 곧장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1년동안 재활해왔다. 올해가 복귀한 첫 시즌인 만큼 굳이 무리해서 어깨를 혹사 시킨다면 또 다른 부상 위험도 있다. 어깨 상태를 봐가며 경험을 쌓게 하면서 좀 더 무르익게 하는 것이 최상이다.
하지만 팀 사정이 여의치 않다. 시기는 시즌 중 가장 중요한 때다.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다. 김명신 김승회 이용찬 김강률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믿음직스럽긴 하지만 꼭 잡아야 하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고원준 이현호 이현승 박치국 등 추격조는 믿음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선발 투수들은 갑작스레 기복있는 피칭을 하는 경우가 잦아지며 믿음직스러운 롱릴리프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시즌 후반 이영하라는 투수의 존재가 팀에 이렇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별로 없다. 하지만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젊은 우완투수 이영하를 '아껴써야' 한다. 쉽게 풀 수 없는 딜레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