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의외의 보석을 건졌다.
KIA의 2015년 1차지명 투수인 이민우가 데뷔전서 승리투수가 됐다.
이민우는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서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6안타 3탈삼진 무볼넷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팀이 11대2의 대승을 거두며 데뷔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1989년 이강철, 2002년 김진우, 2013년 임준섭, 2015년 문경찬에 이어 KIA 선수로는 역대 5번째 데뷔전 선발승을 한 투수가 됐다. 올시즌엔 데뷔전 선발승을 한 선수는 이민우가 처음. KBO 역대 성적을 봐도 이민우가 25번째로 귀한 기록을 썼다.
전날 김기태 감독이 이민우를 선발로 낸다고 했을 때만해도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 임시 선발이 필요한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은 올시즌 꾸준히 2군에서 선발 경험을 쌓은 이민우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순천효천고-경성대를 졸업하고 2015 1차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이민우는 2014년 지명받은 뒤 곧바로 인대접합수술과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를 했고, 올해 4월에 제대해 그동안 2군에서 선발로 활약했다. 포수로 활동하다가 대학교 2학년때부터 투수로 전향한 이민우는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14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63⅓이닝을 소화했다. 5승3패, 평균자책점 5.97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는 않았다. 바로 전날 SK전서 양현종을 투입하고도 10-5로 리드하다가 10대15로 역전패를 했던 것. 충격의 역전패를 한 다음날 새내기 투수가 최근 기세가 좋은 롯데를 상대로 나오는 것은 분명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민우는 씩씩했다. 전날 인터뷰에서 "선발 통보를 받았을 때 긴장도 많이 됐고, 설레기도 했다"면서 "4이닝 2실점 정도를 생각한다"고 했던 이민우는 강한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공을 기죽지 않고 던졌다.
가장 자신있다고 했던 직구는 이날 최고 145㎞를 찍었다. 이날 던진 91개의 공 중에서 58개를 직구로 구사했다. 대학때 주무기라던 슬라이더(24개)를 직구의 파트너로 던졌고, 포크볼 6개, 커브 3개를 곁들였다.
7-0의 리드를 등에 업은 이민우는 1회말 삼자범퇴로 가볍게 시작했다. 2회말 번즈에게 솔로포를 맞고, 문규현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추가실점은 없었고, 3회말 2사 1,3루, 5회 무사 1,2루의 위기도 무실점으로 넘겼다. 6회말 1사 1루서 최준석에게 2루타를 맞고 1점을 내줬지만 이후 번즈와 문규현을 범타로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이민우는 "어제까지는 많이 떨렸는데 1회초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내줬고, 김민식 선배님이 가운데보고 힘껏 던져 맞혀 잡으라고 해서 편하게 던졌다"라며 "대학때 손아섭 선배와 대결하고 싶다고 한 인터뷰도 있었는데 손아섭 선배와의 대결이 희망사항이었다. 1회말 손아섭 선배를 땅볼로 잡고 긴장이 풀렸다"라며 웃었다. 이어 "승리투수가 될 거라고는 생각안했다. 한타자 한타자 집중하고 내 역할만 하자고 생각한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