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던 3주였다.
K리그는 임시휴업 중이었다. 신태용호의 조기소집 읍소에 예정보다 빨리 셔터를 내렸다. 10여명의 K리거가 간택될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이란전에서는 김민재(전북 현대)를 제외하면 '들러리'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묻힐뻔 했던 K리거의 자존심은 염기훈(수원 삼성) 이동국(전북 현대)의 분전과 본선 직행 속에 회복될 수 있었다.
잠시 멈춰있던 K리그 열차가 다시 힘찬 기적을 울린다. 오는 주말 전국 6개 도시에서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가 펼쳐진다. 발걸음이 분주하다. 스플릿 분기점인 33라운드까지 잰걸음을 해야 한다. 와신상담한 12팀의 양보없는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더블스쿼드' 전북, A매치 후유증 없다?
'러시아행 일등공신' 전북. 후유증이 상당하다. 이동국 김민재를 비롯해 최철순 김진수 김신욱 이재성 등 6명의 주전을 신태용호에 내줬다. '절대 1강'의 숙명이지만 당장 닥친 경기들이 부담스럽다. 전북은 10일 오후 5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강원FC를 상대한다.
신태용호에서 복귀한 6인이 모두 그라운드에 설 지는 불투명 하다. 7일 귀국한 이들이 강원전을 준비할 시간은 단 이틀 뿐이다. A매치 출전 시간은 제각각이지만 오랜시간 팀을 떠나 있었던데다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피로누적 등 걸림돌이 많다.
해법은 전북이 자랑하는 '더블 스쿼드'에 있다. 에두, 에델, 로페즈로 이어지는 외국인 공격수 삼각편대가 건재하다. 측면 커버도 큰 문제가 없다. 최철순이 이란전 뒤 경고누적으로 우즈벡전을 건너뛰었다. 김진수가 뛰던 왼쪽에도 박원재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번 강원전 승리를 계기로 선두 굳히기를 바라보고 있다.
▶사령탑 교체 희비 엇갈린 광주-강원 운명은?
잠시 정박할 동안 광주, 강원호는 선장이 바뀌었다. 남기일(광주), 최윤겸(강원)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각각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광주는 '잔류청부사' 김학범 감독을 데려왔으나 강원은 여전히 차기 사령탑을 확정짓지 못했다.
10일 오후 6시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인천과 맞붙는 광주는 '2전3기'를 노리고 있다. 앞서 전북, 제주에게 연패를 당했던 광주는 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옥의 순천 전지훈련'으로 전력을 일신했다. 하루 4차례 진행된 단내나는 훈련 속에 광주 특유의 끈끈함이 되살아났다. 최근 연승 중인 인천과 접전이 예상되나 승리를 향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강원은 전북을 상대로 이변을 꿈꾸고 있다. 최 전 감독을 보좌했던 박효진 수석코치 체제 하에 수원을 잡으며 만만치 않은 힘을 과시했다. 우즈벡전을 마치고 돌아온 이근호의 출전 여부가 관건이다.
▶다시 불붙는 득점경쟁, 대기록 앞둔 염기훈
득점왕 경쟁은 다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19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나탄(수원)이 부상으로 '개점휴업' 상태다. FC서울과의 슈퍼매치서 부상한 조나탄은 빠르면 10월 중순쯤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스플릿 전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순위싸움의 전면에 설 각 팀의 킬러들에겐 '타도 조나탄'을 외칠 절호의 찬스다.
득점 2위 데얀(서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9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제주전부터 활약이 예상된다. 3주간의 휴식을 통해 비축한 힘과 몰아치기 능력까지 갖춰 기대를 모은다. 데얀을 1골차로 추격 중인 자일(전남·15골)이 수원전에서 K리그 개인통산 100경기 기념 축포를 쏘아올릴지도 관심사다.
양동현(포항·15골)은 국내파 킬러의 자존심을 안고 뛴다. 휴식기 전 상대 집중견제로 주춤했던 득점행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10일 대구전에 나서는 포항은 김승대의 징계 재심 청구가 기각되면서 양동현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졌다. 본선 전까지 9개월 간 '제로베이스 경쟁'을 예고한 신태용 A대표팀 감독 역시 양동현의 활약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우즈벡전에서 맹활약한 염기훈은 전남전에서 60-60클럽 가입에 도전한다. 8일 현재 59골-97도움을 기록 중인 염기훈은 전남전에서 득점에 성공하면 신태용 이동국 에닝요 몰리나에 이어 K리그 사상 5번째 60-60클럽 멤버가 된다. 통산 300경기를 뛴 염기훈은 신 감독이 현역시절 기록한 최단경기(342경기) 기록 달성도 눈앞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