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지상파 3사 드라마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현재 KBS SBS MBC 3사 드라마 시청률을 살펴보면 꽤 암울하다. 주말극을 제외한 미니시리즈가 대부분 시청률 10%대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아니, 3사 드라마를 합쳐도 시청률이 20%를 간신히 넘기거나 20%에도 달하지 못하는 굴욕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월화극의 경우 KBS2 '학교 2017'은 4.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마무리 됐고, MBC '왕은 사랑한다' 또한 6~7%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SBS '조작'이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최고 시청률이 2회가 기록한 12.6%로 기대에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수목극은 상황이 더 안 좋다. MBC '병원선'이 하지원 효과에 힘입어 1회 10.8%, 2회 11.9%의 시청률로 출발과 동시에 1위 자리를 꿰찼지만 고증 논란이 불거지며 발목을 잡혔다. SBS '다시 만난 세계'도 갈수록 스토리가 산으로 가면서 6~7%대 시청률에 맴돌고 있고, KBS2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이하 맨홀)'은 1.4%로 3사 통합 역대방영 드라마 최저시청률 1위라는 오명을 얻었다.
케이블 종편 드라마와 비교하면 더욱 슬프다. JTBC'품위있는 그녀'는 12.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고, 후속작인 '청춘시대2'도 2%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tvN '크리미널마인드'가 원작을 훼손했다는 혹평에도 2~3%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명불허전' 또한 6%대 시청률을 달리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지상파 드라마의 위신이 얼마나 깎였는지를 알 수 있다.
설상가상 KBS와 MBC는 총파업 체제에 돌입, 지상파 드라마 암흑기를 예감하게 했다. 아직까지는 드라마가 정상방송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난 6일 방송된 '병원선'은 5회와 6회 사이에 중간광고 외에 15분 가량의 재난 방송 캠페인을 내보내 시청자 원성을 샀다. 파업 여파로 내부에서 후반 편집을 할 수 없어 외부에서 일을 진행하다 보니 분량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병원선' 측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파업이 길어질 경우 앞날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빈약한 스토리 라인, 산만하고 식상한 전개, 과도한 언론플레이 등도 지상파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꺾는 요소다. '다시 만난 세계'의 경우 여진구의 살인범 찾기와 이연희를 둘러싼 안재현-여진구의 연적 대결로 관심을 끌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스토리 라인이 무너졌다. 지지부진한 멜로와 여진구의 귀환 여부로 드라마를 질질 끌어가고 있는 중이다. '병원선' 또한 경험이 전무한 의사가 손목을 절단하고 접합술을 하는 등의 난해한 설정으로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건 배우난이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바로 주연 배우다. 남궁민 유준상 엄지원 문성근('조작') 하지원('병원선') 임시완('왕은 사랑한다') 여진구('다시 만난 세계')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이름은 그 존재감 만으로도 채널을 고정시키는 힘이 있다. 문제는 이런 배우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 자리는 연기돌과 대세 스타들, 혹은 거대 소속사의 힘을 업은 이들이 채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연기돌에 대한 선입견으로 아예 작품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는 시청자들도 있고, 연기돌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수준 이하의 연기를 보여주는 이들이 주연 자리를 꿰차면서 극의 흐름을 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시청자와 제작자가 모두 원하는 배우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시청률 광고 화제성 편성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연기력만으로 캐스팅을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여배우를 찾는 게 하늘에 별 따기다. 20대~30대 초반 여배우가 정말 드물다. 그래서 연기돌로 시선을 많이 돌리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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