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이제훈(33)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숙제다"고 의미를 전했다.
2007년 2월 15일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김군자 할머니의 실제 청문회 증언을 영화화한 휴먼 코미디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 영화사 시선 제작)에서 원칙주의 9급 공무원 박민재를 연기한 이제훈. 그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파수꾼'(11, 윤성현 감독)을 통해 제32회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하며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이제훈은 이후 '고지전'(11, 장훈 감독) '건축학개론'(12, 이용주 감독)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16, 조성희 감독) '박열'(17, 이준익 감독) 등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지난 6월 개봉한 '박열'은 235만명이라는 흥행 기록을 세우며 티켓파워를 입증하기도 했다. 이러한 '박열'에 이어 '아이 캔 스피크'까지 올해 연타석 흥행을 예고한 이제훈. 무엇보다 이번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작품으로 그의 필모그래피에 의미를 더했다.
이제훈은 '아이 캔 스피크'에서 명진구청의 칼 같은 원칙주의 공무원 박민재로 등장, 봉원동 민원왕 도깨비 할매 나옥분(나문희)과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선보인다. 매일 수십 건씩 민원을 가져오는 나옥분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본격적으로 나옥분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면서 점차 그의 진심을 알아가는 박민재를 완벽히 소화한 이제훈.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훈은 "그동안 쉬지 않고 드라마, 영화를 찍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던 상태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처음에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낀 감정은 처음엔 재미있는데 나중에 나옥분의 사연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는 것이다. 끝까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스스로 느껴지는 무거운 감정이 극복됐고 또 남겨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나도 이 작품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재라는 캐릭터를 통해 옥분을 서포트하고 싶다는 바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이 소재를 기존의 한국영화 시스템으로 잘 만들 수 있을까 걱정한 부분은 있었다. 대게 영화에서 그려지는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들은 고통스럽고 괴롭지 않나? 하지만 우리 영화는 대중들과 편안하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자칫 누가 될까 걱정됐지만 그 부분은 김현석 감독에 대한 믿음과 '건축학개론' 당시 인연을 맺은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극복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이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왜곡이 되거나 안 좋게 풀어질 것에 대한 걱정이 없었던 것 같다. 배우로서 연기를 잘해 영화가 잘 만들어지길 원했다"고 덧붙였다.
이제훈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숙제다. 이 작품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인식은 하고 있지만 직접 목소리를 내서 해결하지 못하는 분들, 그리고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는 분들에게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만이 그런 생각을 갖던게 아닌 만드는 사람이 모두가 다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와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나문희, 이제훈, 엄혜란, 이상희, 손숙, 김소진, 박철민, 정연주 등이 가세했고 '쎄시봉' '열한시'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올 추석 개봉 예정이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리틀빅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