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 생활환경 전문가 회의에서는 장애인을 비롯해 휠체어를 탄 노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 배리어 프리 디자인)'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다.
해당 보고서는 장애인과 노인이 일상 생활하는 물리적 공간에서 불편함을 제거하자는 의도가 담겨있었다. 이후 미국, 스웨덴, 일본 등을 중심으로 건축 업계에서 해당 보고서에 따라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층이나 문턱을 없애자는 '배리어 프리' 운동이 전개됐다.
특히 '배리어 프리'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스웨덴에서는 1975년 주택법을 개정하고 신축 주택에 전면적으로 '배리어 프리'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스웨덴은 장애인과 휠체어를 탄 노인들이 집안에서도 문턱이 없어 불편 없이 활동할 수 있었고 병원 입원율도 크게 낮아졌다.
최근에는 건축이나 도로, 공공시설 등과 같은 물리적인 장벽뿐만 아니라 자격과 시험 등을 제한하는 제도적·법률적 장벽을 비롯해 TV, 신문, 인터넷 등 정보 전달 수단에 존재하는 장벽과 장애인이나 노인에 대해 사회가 가지는 각종 차별 및 편견, 의식상 장벽까지 제거하자는 움직임으로 '배리어 프리' 운동이 확대되고 있다.
'배리어 프리' 운동은 궁극적으로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노인이나 젊은이가 자연스럽게 함께 사회 구성원으로서 생활할 수 있도록 참가를 방해하는 심리적, 정신적, 물리적, 제도적, 법적 장벽을 축소, 제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나 거주공간, 노동공간, 학습공간, 여가 공간, 사교 공간 등 생활공간을 설계할 때 보도나 차도를 분리하거나 육교를 건설하지 않는 등 장벽 발생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적극적 배리어 프리' 운동과 기존 장벽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소극적 배리어 프리' 운동이 함께 전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뜻으로 연령과 성별, 국적, 언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공평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구현하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등장했다.
이처럼 장애인들과 노인들을 위한 '배리어 프리' 운동이나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오직 소리만으로 오페라를 구성해 시각장애인이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리어 프리 오페라'나 영화 속 모든 내용을 자막으로 해설해주는 '배리어 프리 영화' 등 일반적으로 장애인이나 노인이 누리기 어렵다 여겨지는 문화 콘텐츠에도 '배리어 프리' 운동이 전개됐다.
'배리어 프리'에 적합한 문화 콘텐츠 중에는 게임도 있다. 게임은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기는 문화 콘텐츠다. 그러나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으면 즐기는데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청각장애인 재활 훈련을 돕는 기능성 게임이 개발되기도 하고, '어 블라인드 레전드'나 '풀 메탈러너', '소울메이트 리나&하나' 같은 소리만으로 모든 상황을 전달하는 게임이 출시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게임이 가진 긍정적인 기능을 활용한 e스포츠 대회도 열리고 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전국 장애 학생 e페스티벌'은 게임을 매개체로 장애학생에게 정보화 능력을 길러주고 건전한 여가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자존감과 성취감을 고양해주고 있다. 또한,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학부모, 교사가 서로 게임을 통해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축제로서도 기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리어 프리' 운동이 전개되면서 장애인과 노인이 생활에 활기를 찾아 병원 입원율도 크게 낮아진 사례가 있다"며 "최근에는 게임을 비롯한 각종 문화 콘텐츠에도 전개되고 있는 '배리어 프리' 운동으로 민관이 함께 협력해 장애인과 노인, 비장애인과 젊은이가 함께 건전한 여가생활을 보내며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