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시절 미군들과 함께 근무할 때 매일 아침 식단에 1인당 2개씩 달걀로 만든 요리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궁금해 한 기억이 있다. 그만큼 달걀이 뛰어난 영양식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걀은 완전식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영양소를 담고 있다. 고급 단백질은 물론 에너지와 수분, 지질, 회분, 탄수화물 등이 함유돼 있으며, 이런 영양소가 거의 완벽하게 소화 및 흡수되는 식품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많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황금과 비견할 만큼 소중한 음식이다. 이처럼 '서민들의 영양제'로 불리는 달걀이 AI 파동으로 가격이 천정부지 오르며 '금계란'이 되더니 이번에는 '살충제' 사태로 '독계란'이 됐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비싼 가격에도 이 악물고 장바구니에 담았던 유기농 달걀들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관련부처는 인증만 내주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음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국민들의 실망은 이루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지난달 20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총리실 국정상황점검회의에서 "먹거리로 장난하는 일은 끝장내라"고 특별지시를 내린바 있다.
이 총리는 "계란 살충제 파동을 겪는 국민의 불안과 불신에 대해 선제적, 적극적으로 대처해야한다"며 "전례를 답습하는 것에 그치는 공직자들의 소극적, 수동적 직무행태는 바로잡고, 친환경인증이나 HACCP 같은 식품안전 보장장치와 관련한 유착 등 비리는 법처리를 통해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지된 약품을 제조한 업체와 이를 판매한 상인과 사용한 농가 등에 관해서도 "관계법을 어기고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배반한 경우에는 법에 따라 엄정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시처럼 이번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개선될지 기대보다는 우려의 심정이 더 크다. 실제로 과거 16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먹거리 농락 사건이 발생하며 국민여론이 법안발의를 이끌었지만 이 역시 '용두사미'로 끝난 전례가 있다.
국회 출입기자로서 친하게 지냈던 의원들 가운데 김성순 박사가 있다. 지금은 정계에서 은퇴한 김 박사는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위해식품 사범에 대한 형량과 처벌이 너무 가벼워 자꾸 재발한다며 보다 강력한 법 제정을 추진 중이었다.
어느 날 의원실에 들러보니 관련 법안이 마련돼 있었다. 비록 가안이었지만 내용을 읽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위해사범에 대해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박사(의원)는 "과하긴 하죠. 하지만 그렇게 초안을 높게 잡아야 소위와 위원회, 정부 검토, 법사위 등을 거치며 처벌 수위가 낮아지더라도 지금보다는 강화되지 않겠소?"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며 기존 형량을 겨우 몇 년 더 높이고, 벌금 몇십만원을 더 내도록 하는 데 그쳤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비위생적이고 사용해서는 안 될 이물질을 넣어서 만드는 사람들에게 보다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조금이라도 덜 만들고, 덜 팔지 않겠는가? 중국처럼 '사형'까지는 아니라도 일본처럼 대국민 앞에서 사과하고 다시는 그 업종에서 일할 수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김성순 박사의 지론이다.
고도성장을 이루며 선진국의 반열에 들었다고 하지만 불량?위해식품으로 인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쥐머리가 검출된 과자부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햄버거병'까지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부정·불량식품 파동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엄포를 놓지만 그것도 잠시, 또 다른 충격적인 뉴스가 줄을 잇는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불량식품 제조·판매업자에 대한 법정 최고형은 징역 7년이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해봤자 법원에 가면 대다수가 약간의 벌금만 내고 나온 뒤 또 다시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식탁과 국민건강의 안전은 정부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에는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들까지 관련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이들에게는 '먹거리 갖고 장난치면 패가망신 한다'는 교훈을 줄 수 있도록 보다 강경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