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새벽,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과 0:0으로 비기며 4승 3무 3패(승점 15)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다. 최근 두 경기에서 보여준 답답한 경기력으로는 본선 진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였으나 이란과 시리아가 2:2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앞으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게임은 그렇지 않다. 철저히 소비자인 유저들로부터 평가를 받아 성과가 결정된다.
최근 전 세계적 유저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흥행을 이어가는 게임이 있다. 바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다. 블루홀이 지난 3월 24일 밸브 PC 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얼리액세스(미리해보기)로 출시한'배틀그라운드' 는 9월 1일 기준 판매량 1000만 장, 최고 동시 접속자 수 97만 명을 돌파했다.
출시 이후 한 달 평균 동시 접속자 수가 15만 명씩 증가하던 '배틀그라운드'는 8월 27일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수 1위를 몇 년째 고수하던 밸브 MOBA '도타 2'를 제치고 스팀 동시 접속자 수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6월 열린 북미 게임쇼 'E3 2017' 현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콘솔 게임기 'Xbox One X' 독점 출시를 발표하면서 끝 모를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 처음부터 세계 무대 노린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는 유저 최대 100명이 오픈 월드로 구현된 섬에서 마지막 1인이 될 때까지 경쟁하는 '배틀로얄' 게임이다. 유저들은 다양한 무기, 약품, 탈 것 등을 활용해 살아남아야 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속해서 피해를 주는 자기장이 좁혀져 오므로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안전 지역은 점점 크기가 줄어들고 자기장이 입히는 피해가 커져 유저들은 자연스레 서로 만나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다. 게임 방식은 유저 1명이 각자 생존하는 '솔로'와 두 명이 팀을 이루는 '듀오', 최대 4명까지 팀을 꾸려 진행되는 '스쿼드' 방식이 존재한다.
'배틀로얄'은 '배틀그라운드' 리드 디자이너를 맡은 브랜든 그린이 창시한 장르다. 그는 밀리터리 택티컬 슈팅 게임 '아르마' 시리즈에서 '배틀로얄' 모드를 제작한 '플레이어언노운'이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블루홀은 '플레이어언노운'을 '배틀그라운드' 리드 디자이너로 영입한 이후 이를 전면에 내세워 게임 이름을 정했다.
해외 유저들에게 인지도가 높았던 '플레이어언노운'이 아이디어만 제공했던 'H1Z1'과는 달리 직접 개발에 참여한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초반부터 화제가 되었다. 또한, 빠르면 10분, 늦어도 30분 이내에 끝나는 빠른 게임 플레이와 게임 내에서 일반 채팅 없이 음성 채팅으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점, 한 경기가 끝나도 누구를 탓할 필요 없이 바로 다음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유명 모드 창시자이자 개발자인 '플레이어언노운'을 섭외하고, 유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개발 현황을 유저들에게 상세히 공개한 '배틀그라운드'는 매번 패치가 진행될 때마다 최적화가 진행되거나 버그가 수정되는 등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 유저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이에 따라 꾸준히 유저 수가 증가하게 됐다.
-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13주 만에 누적 매출 1억 달러(약 1135억 원)를 돌파했다. 7월에는 전 세계 PC 게임 유저 중 10.8%가 플레이하면서 '리그 오브 레전드',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마인크래프트', '오버워치'를 이어 6번째로 많은 유저가 플레이한 게임이 됐다.
여기에 더해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국산 게임으로 전례 없는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총판매량에서 5%를 차지하는 50만 장가량 판매되었다. 또한, 국내 PC방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지난 8월 PC방 인기 순위 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세계 2대 게임 시장으로 불리는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는 각각 판매량 200만 장 이상을 기록했고, 독일,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유럽 시장에서도 판매량 200만 장을 넘어섰다. 특히 온라인 게임과 FPS가 약세인 일본 시장에서도 30만 장가량 판매됐고 일본 내 PC 게임 점유율 25% 이상을 기록하며 1등을 유지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e스포츠 종목으로 성공 가능성도 확인됐다. 지난 8월 23일부터 26일까지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쇼 '게임스컴 2017' 현장에서 19개국 선수 92명이 참가해 진행된 '게임스컴 인비테이셔널'은 첫 날 기준 트위치 공식 채널 최고 동시 시청자 수 53만 명, 중국 판다TV 560만 명을 기록하며 성황리 종료됐다.
국산 패키지 게임으로 전에 없던 성과를 낸 '배틀그라운드'인 만큼, 블루홀은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9월 예정이었던 정식 출시일을 2017년 4분기 말로 연기했다. 이런 와중에도 '배틀그라운드'는 과거 자신이 달성한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으며 주간 업데이트와 월간 업데이트로 출시 초보다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는 하루에도 게임 수천 개가 등록되는 대중적인 PC 게임 플랫폼에서 6개월 만에 1위를 차지하며 월드컵 우승보다 어려운 경쟁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보였다"며 "최근 전 세계 게임 시장이 모바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를 낸 PC 게임인 만큼 블루홀과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업계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수 겜툰기자(caostra@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