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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우즈벡 분석]변형 스리백을 버리니까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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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의 선택은 또 다시 수비였다.

자칫 패하면 월드컵행 좌절, 힘겨운 원정경기라는 불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수비를 택했다. 일단 실점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즈베키스탄전의 첫번째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변형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장현수(FC도쿄)가 키를 쥐고 있었다. 장현수는 김영권(광저우 헝다)-김민재(전북) 중앙 수비수 사이와 미드필드를 오갔다. 수세시에는 수비 숫자를 늘렸고, 공세시에는 적극적으로 전진했다. 변형 스리백을 내세운 또 다른 포석이 있었다. 좌우 윙백으로 나선 김민우(수원)와 고요한(서울)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김민우와 고요한은 포백의 풀백보다는 스리백의 윙백에서 더 위력적인 선수다. 장현수 시프트로 좌우 측면 공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하지만 신 감독은 일찌감치 변형 스리백을 접었다. 좌우 측면이 뚫렸기 때문이다. 커버플레이를 위해서는 장현수가 미드필드에 위치해 있는 편이 더 나았다. 이유는 또 있다. 스리백시에 한국의 미드필드는 4명이었다. 반면 4-2-3-1 포메이션의 우즈벡은 허리진에 5명이 자리했다. 숫적 열세로 허리싸움에서 밀렸다. 아흐메도프, 하이다로프, 수쿠도프는 이틈을 놓치지 않고 과감한 중거리슈팅으로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설상가상으로 장현수가 전반 43분 부상으로 쓰러지며 야심차게 꺼낸 변형 스리백 카드는 완전히 끝이 났다.

문제는 전형이 아니었다. 수비 전략이었다. 신 감독은 과감히 압박 하는 모험적인 수비 보다는 뒤에서 진을 치는 안정된 수비를 택했다. 우즈벡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되는 팀을 상대로 뒤로 물러나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더욱이 우즈벡은 아흐메도프라는 패스와 슈팅이 좋은 확실한 플레이메이커를 보유하고 있다. 공간을 내주게 되면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공격 역시 답답했다. 이날도 부상으로 뛰지 못한 기성용(스완지시티)의 공백이 너무 컸다. 2선의 가운데에 포진한 권창훈(디종)은 돌격대장이지 경기를 패스로 풀어가는 스타일은 아니다. 확실한 플레이메이커가 없는 4-2-3-1에서는 2에 해당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2선 공격수가 볼을 잡았을때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볼이 돌 수 있다. 하지만 장현수와 정우영(충칭 리판)은 수비를 의식한 나머지 공격 가담 속도가 너무 느렸다. 결국 최전방과 2선 공격진이 볼을 잡아도 1대1 돌파 밖에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전반 초반은 황희찬의 돌파가 살아나며 그나마 기회를 만들었지만 이후에는 또 다시 답답한 공격이 이어졌다.

장현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나가며 수비 계획은 흐트러졌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공수에 걸쳐 훨씬 활기를 찾았다. 공격쪽으로는 대신 들어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중앙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볼을 연결해줬다. 후반들어 한국의 연계가 부쩍 살아났다. 한국의 연계가 살아난 것은 김민우와 고요한의 적극적인 오버래핑도 한 몫을 했다. 수비시 불안했던 두 선수는 장점인 공격에 집중하자 훨씬 좋은 플레이를 했다. 측면에서 여러차례 기회를 만들어냈다. 수비시에는 적극적인 압박으로 앞서 볼을 뺏어냈다. 우즈벡이 지친 것도 있었지만, 압박의 효과가 컸다.

기세를 잡은 한국은 염기훈(수원) 이동국(전북) 두 베테랑 공격수를 투입했다. 마무리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교체 타이밍과 교체 나오는 선수 선택은 좀 아쉬웠다. 특히 손흥민이 체력적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조금 더 빨리 이동국을 손흥민과 교체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우즈벡의 수비가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염기훈이 좋은 패스를 여러차례 뿌리고 있었기에 결정력이 좋은 스트라이커의 부재는 아쉬웠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이동국은 투입 후 두번의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패하지 않았고, 결국 러시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분명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기에,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즐기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타슈켄트(우즈벡)=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