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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 준우승' 女 대표팀, 내일을 향한 바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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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고생하셨습니다!"

1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홍성진 감독을 필두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환호가 쏟아졌다. 12명의 태극낭자들은 장거리 비행에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팬들의 응원에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 여자배구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밟은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에서 2그룹 준우승을 일궈냈다. 홍 감독은 "어려운 점도 많았다. 그러나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잘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시작부터 '부상병동'에 시달리며 흔들렸다. 멀티자원 배유나(도로공사), 레프트 강소휘와 이소영(이상 GS칼텍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결국 한국은 최종엔트리인 14명을 채우지 못하고 12명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선수들은 불가리아, 폴란드, 한국을 오가며 3주간 조별리그를 치렀다. 9경기에서 8승1패를 기록, 1위에 이름을 올린 한국은 조별리그 1∼4위 팀이 겨루는 결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분위기를 탄 한국은 준결승에서 독일을 세트스코어 3대2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체력 문제를 노출한 한국은 파이널 무대에서 폴란드에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캡틴' 김연경(상하이·중국)은 "3년 만에 나간 그랑프리에서 준우승했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승에서 진 것은 아쉽다"며 "많은 생각이 든다. 앞으로 체계적,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김연경의 말처럼 이번 대회에서는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이 드러났다. 한국은 김연경이 홀로 팀을 이끌었다. 결승에서 맞붙은 폴란드는 김연경을 밀착수비하며 한국의 기세를 막아 세웠다. '차세대' 세터 찾기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국은 은퇴한 이숙자 김사니의 뒤를 이을 세터를 찾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는 염혜선(IBK기업은행)과 이소라(도로공사)가 경기를 조율했다. 경험 부족 탓에 공격수들과의 호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명확한 소득도 있었다. 그랑프리를 통해 황민경(현대건설) 김미연(IBK기업은행) 등 어린 선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남미, 유럽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며 경험을 쌓았다.

홍 감독은 "남미, 유럽 선수들과 경기를 많이 했다.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을 많이 배웠다. 2020년 도쿄올림픽 플랜의 시작 단계인데 잘 맞아가고 있다. 1년 있으면 70% 정도 달성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연경 역시 "이전에 함께 했던 선수도 있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선수도 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성장해준다면 여자 배구가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본다. 도쿄올림픽에서도 메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랑프리를 마친 대표팀은 짧은 휴식을 마친 뒤 9일부터 필리핀 라구나에서 펼쳐지는 제19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 출격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더 중요한 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이다. 9월 20일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이 예선을 통과해야만 2019년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다. 2019년 세계선수권은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무대다.

홍 감독은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이번 대회에 나섰던 12명에 일부 선수를 추가해 체력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라며 "아직 대회가 남아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남은 대회를 착실하게 치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 감독은 김유리(GS칼텍스)를 추가 발탁한다. 부상을 입은 김해란(흥국생명)을 대신해 나현정(GS칼텍스)으로 교체한다. 또한 세터도 이소라 대신 이재은(KGC인삼공사)으로 바뀐다.

인천공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