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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野談(2) 병원에 '내외산소' 의사가 달랑 한 명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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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산소'라는 의료계 은어가 있다. 사람의 평생 건강을 책임지는 '메이저' 진료과인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약칭한다. 우리가 태어나고(산부인과) 성장해서(소아청소년과), 병에 걸리면 약(내과)와 수술(외과)로 고치는 기본 진료를 담당한다. 이 때문에 의료법상 종합병원은 내외산소 4대 메이저 과목 중 세 과목을 반드시 개설해야 한다. 특정 수술에 특화한 병원이 건강보험 수가를 더 높게 받으려고 종합병원으로 형식상 규모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 이런 종합병원은 주로 보는 질환과 관계가 없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전문의 한두 명을 써서 내과나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개설한다. 이 과에 환자가 없어서 적자가 나도 주 진료과 수가를 비싸게 인정받아서 병원 전체 매출은 더 늘기 때문이다.

아무튼, 메이저인 내외산소 의사들이 마이너 진료과 의사를 대할 때의 프라이드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던 내외산소의 위세가 요즘은 별로다. 기점은 1989년 건강보험 전국민 확대였다. 미장원마다 커트비를 마음대로 받듯이 건강보험이 없던 때는 모든 진료비를 의료기관이 알아서 정했지만, 건강보험 급여항목 진료비는 정부가 정해 준 가격(의료수가)만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건강보험 최초 도입시 정부는 의료수가를 원가보다 한참 낮게 잡고 시작했다. 정부는 "병원 수입은 일단 박리다매로 보전하라. 수가는 차차 올려 주겠다"고 의료계를 구슬렸다. 하지만 이후 수가는 의료계 기대보다 훨씬 천천히 올라, 요즘도 원가보전율은 75% 정도에 불과하다. 병원이 100원을 써서 환자를 치료하면, 환자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 급여액을 합쳐서 75원만 받는 것이다. 나머지는 비급여진료나 특진비, 상급병실 입원비, 주차장·장례식장 수입 등으로 벌충한다.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논란도 이것이 배경이다.

어쨌거나 전국민 건강보험 이후 의대에 들어간 '신세대 의사'들은 급여진료가 많고 진료강도가 센 내외산소 대신 진료비 책정에 정부 간섭이 덜하고 몸이 덜 고된 마이너 과목으로 눈을 돌렸다. '안피성'(안과·피부과·성형외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마방진'(마취통증의학과· 방사선과 계열·진단검사의학과) 등이 대표적이다.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