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한 시즌 최다 홈런을 날렸던 2003년, 그가 가는 곳마다 외야석에서는 잠자리채가 등장했다. 역사적인 55홈런은 광주, 56홈런은 삼성의 홈 대구에 터졌다. 그러나 홈런볼을 주운 사람의 행운은 당시의 관심 뿐이었지, 지금은 기록만 남아 있다. 삼성은 당시 이승엽의 홈런 기록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이승엽이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에서 56홈런을 기록하기 전까지 삼성의 팀성적은 관심 밖이었다. 그해 삼성은 페넌트레이스 3위에 올라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SK 와이번스에 패해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다.
2017년 프로야구는 최근 삼성과 한화 이글스의 벤치클리어링으로 팬들의 관심을 모으더니 이번 주에는 김성근 한화 감독의 사퇴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화는 김 감독의 사의 의사를 받아들였고, 당분간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한화는 23일 현재 44경기에서 18승26패로 9위에 처져 있다. 올시즌 한화의 목표는 김성근 전 감독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가을 야구를 하는 것이다.
헌데, 시즌 100경기를 남은 초여름 이 시점, 한화는 5위 넥센 히어로즈의 승차가 4.5경기로 벌어져 있다. 얼마든지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의 한화 전력과 분위기를 보면 힘겨운 레이스가 될 수 밖에 없다. 한 달에 승차 3경기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강조했던 SK 염경엽 단장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밑'에 있는 팀들의 고충은 상상을 넘는다.
상황이 어떻든 한화는 지금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차분하게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성적 밖에 없다. 대전구장을 찾는 팬들은 이기는 한화를 바라는 것이지 시끄러운 한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 중심에 김태균이 있다. 김태균은 지금 KBO리그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균은 23일 KIA와의 경기에서 76경기 연속 안타 행진에 성공했다. KBO리그 기록은 이미 넘어섰고, 일본 프로야구 기록도 돌파했다.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인 84경기를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러나 김태균의 기록 때문에 한화의 행보와 기세가 관심 밖으로 처져서는 안된다. 김태균은 지난달 22일 kt 위즈전에서 64경기 연속 출루, KBO리그 최다 기록을 달성한 뒤 "별 신경을 안썼는데, 60경기를 넘으면서 의식이 됐다. 그러나 그것은 기록일 뿐이고 팀이 어떻게 가느냐갸 중요하다"고 했다.
김태균의 기록 때문이라도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금 한화는 관심 구단이다. 김태균의 연속 경기 출루기록이 한화의 행보와 정(正)의 관계로 이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