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10개 구단 감독들에게 일주일 일정을 시작하는 화요일은 특별하다. 팀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로테이션 조정이 가능하다면 화요일 경기에 에이스를 내세울 때가 많다. 화요일에 나서는 선발은 5인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일요일에 다시 등판한다. 한주에 두 차례 선발 임무를 수행한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산뜻하게 한 주를 시작하면 좋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kt 위즈는 매주 출발이 안 좋았다. 올 시즌 화요일에 열린 7경기에서 전패를 당했다. 투타 엇박자에 타선 침묵이 아쉬웠다. 지난 16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화요일에 열린 7경기에서 7득점에 그쳤다. 경기당 평균 1득점이다. 16일, 지난 주 화요일 롯데전에선 에이스 라이언 피어밴드가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1자책) 호투를 펼쳤는데도, 0대6 영봉패를 당했다.
화요일 7전패중인 kt는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피어밴드를 선발로 내세웠다. 선발 로테이션대로라면 일요일에 등판해야하는데, 한 경기를 건너뛰고 마운드에 올렸다. 김진욱 감독은 "피어밴드가 굉장히 잘 해주고 있다. 휴식을 줄 수 있을 때 쉬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주에 에이스를 두 차례 선발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화요일 징크스'까지 의식했을 것이다. 더구나 피어밴드는 4월 9일 삼성을 상대로 9이닝 완봉승까지 거뒀다.
피어밴드는 초반 고전했다. 1회말 선두타자 박해민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2번 김상수에게 안타를 허용해 무사 1,2루. 이어 3번 구자욱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세 타자 연속 출루에 2점을 내줬으나 피어밴드는 무너지지 않았다. 무사 2루에서 상대 4~6번을 연속으로 범타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삼성으로선 카운터 펀치 한방이 아쉬웠다.
1회 이후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은 피어밴드는 거침이 없었다. 1회말 상대 4번 러프부터 4회말 김헌곤까지 12타자를 연속으로 범타처리했다. 피어밴드가 호투하는 동안 타선까지 힘을 냈다.
0-2로 뒤진 3회초 선두타자 8번 박기혁이 우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진 1사 3루에서 이대형의 3루타, 이진영의 우전안타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3번 박경수가 중전안타로 기회를 이어갔고, 2사후 볼넷 2개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4회초 흔들리는 상대 선발 재크 페트픽을 상대로 3안타에 4사구 2개를 묶어 3점을 추가했다. 6-3. 5회초에는 박기혁이 1점 홈런, 김동욱이 2점 홈런을 터트려 피어밴드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화요일 징크스'를 깨기 위한 김진욱 감독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대구=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