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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명장들도 불명예 추락 뿐...감독 무덤 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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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어떤 감독도 이겨낼 수 없는 '감독들의 무덤'이 되고 말 것인가.

한화 김성근 감독이 23일 전격 사의를 표했다. 구단은 김 감독의 사의 표명을 공식 발표했지만, 여러 상황을 봤을 때 김 감독의 의지보다는 구단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여진다.

계약 기간 3년을 못채우고 경질된 김 감독 사건. 또 반복된 악몽이다. 매 시즌 성적에 대한 기대치는 높고, 성과물은 내지 못하던 한화의 선택은 김성근이었다. 선수 혹사 문제 등 비판적 여론도 있었지만, 성적을 내는 것에 있어서는 김 감독만한 인물이 없었다. 2000년대 후반 SK 와이번스 왕조를 이끌며 3차례나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놨다. 2002년 LG 트윈스를 이끌고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불리한 여건 속 끝까지 삼성 라이온즈를 괴롭혀 김응용 당시 삼성 감독으로부터 '야신'이라는 칭호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김 감독도 결국 한화를 살리지 못하고 자신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SK 시절 보여준 '벌떼 야구'는 최근 트렌드에서는 그저 '혹사 야구'일 뿐이었다. 프런트와의 마찰은 계속됐고, 이번 경질도 결국 박종훈 단장과의 충돌이 근원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그룹에서 박 단장, 김 감독 중 박 단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다.

김성근 감독 뿐 아니다. 최근 한화는 감독들의 무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성근 감독 이전 프로야구의 산 역사 김응용 감독도 불명예 퇴진을 했다. 한국시리즈 9번 우승의 명장. 우승을 원하는 한화는 이 경험을 높이 샀다. 김 감독은 삼성 사장직 수행 이후 8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지만, 힘들게 쌓았던 명성만 무너뜨리는 결과가 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2년 연속 꼴찌에 그치고 말았다. 김응용 감독 역시 부임 후 한화 구단의 팀 운용 방식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두 노장 감독이 현대 야구 트렌드를 읽지 못한 점도 분명 있지만, 한화 구단도 감독으로 선임해놓고 힘을 실어주지 못한 건 지적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전임 한대화 감독 때도 마찬가지. 한 감독 시절에는 선수 구성과 전력에 있어 최악이었지만, 오히려 한 감독 때는 전력 열세를 극복하는 끈끈한 야구로 팬들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2012년 8월 시즌 도중 경질되고 말았다. 싸우기 위한 총, 칼은 주지도 않고 오히려 없는 살림으로 열심히 싸우는 장수를 내친 꼴이 됐다.

한대화 감독 전 팀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도 한화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 프로 감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계약기간 마지막 해였던 2009년 한화는 꼴찌로 추락했고, 이 때부터 한화의 암흑기가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