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 여파로 '합리적 소비'를 앞세운 렌털 시장이 성장하면서, 자동차·정수기·비데뿐 아니라 의류·명품·요실금 및 탈모치료기구까지 임대 가능 품목들이 '폭풍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렌털 서비스 확대에 대해 '불황의 결과물'이라는 분석 뿐 아니라, 한국 소비 경제 유형이 '소유'에서 '임대(렌털)'와 '공유'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 예측도 나오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렌털시장은 25조9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 2011년 19조5000억원에서 5년 만에 32.8%나 성장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T연구소는 올해 렌털시장 규모가 28조7000억원에 이르고, 내년에는 31조9000억원, 2020년에는 40조1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백화점·홈쇼핑·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렌털 사업의 도입·확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고가 패션 렌털 서비스 '대중화'
고가 의류나 명품 가방을 빌려주는 '패션 렌털 서비스'는 어느새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본점과 잠실점에서 운영 중인 패션 렌털 전문 매장 '살롱 드 샬롯'이 대표적이다. '살롱 드 샬롯'에서는 50만~80만원인 여성 드레스를 10만~30만원, 50만원대 어린이 드레스는 10만~20만원, 100만~200만원대 남성 정장은 20만~30만원에 빌릴 수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오픈한 본점 샬롱 드 샬롯 1호점은 현재 렌털 건수가 개점 첫 달의 두 배 이상에 이르고 취급 품목 수도 9개에서 15개로 크게 늘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한 SK플래닛의 '프로젝트 앤'은 의류나 가방을 빌려주는 서비스로, 총 150개 브랜드의 의류 3만여개를 갖추고 있다. 여러 종류의 이용권이 있지만 8만원을 내면 한 벌씩 4번 빌려 입을 수 있고, 한 벌당 최장 15일 동안 이용할 수 있다. 출시 2개월째에 2만2000명이었던 가입 회원 수는 현재 13만명을 돌파했다.
매달 7만9000원을 내면 명품 브랜드 가방이나 시계를 원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빌려주는 서비스도 있다. 온라인 명품 판매 사이트 리본즈에서 운영하는 명품 렌털 서비스 '온리'(ON:RE)에서는, 제품 대여 후 월 1회 무료로 교환할 수 있고 이후 1만 원만 더 내면 멤버십이 유지되는 기간 내 원하는 만큼 교환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출장이 잦은 30대 회사원들을 겨냥해 고급 여행 가방 렌털 서비스를 목동점과 중동점에서 운영 중이다. 하루 1만3000~2만3000원의 비용(보증금 30만원 별도)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매장을 방문해 여행일정 등을 상담한 뒤 원하는 날짜와 장소를 지정하면 배송까지 받을 수 있다.
▶간편한 '차량 공유' 카셰어링 서비스 급성장
렌터카와 카셰어링(차량공유)은 국내 렌털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는 업체의 차량을 빌려 탄다는 개념에서는 기존 렌터카와 같지만, 운영 방법과 접근성에서 차이가 있다. 렌터카가 1일(24시간) 단위로 사용하고 빌린 차고지에 도로 반납해야 하는 반면, 카셰어링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한 후 10분 단위로 차량을 예약할 수 있고 차량 반납 차고지가 곳곳에 있으며 무인으로 운영된다는 점 등이 다르다.
지난 2012년 3000명이었던 카셰어링 업체 쏘카의 회원 수는 올해 회원 수가 260만명으로 늘었다. 차량 대수도 2012년 100대에서 지난해 6400대, 매출액은 3억원에서 908억원으로 증가했다. 롯데렌터카의 카셰어링 브랜드인 그린카 회원도 2011년 회원 수 1만3000명에서 지난달 말 기준 225만명을 돌파했다.
학원 셔틀버스를 대신해 차편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셔틀링'은 서울 대치동 학원 대부분이 비용 등의 문제로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한 서비스로, 인근 서초·강남·송파구 학생들이 편하게 학원을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셔틀버스 공유 서비스다. 학원과 학생들 거주지에 정거장을 만들어 셔틀버스를 운행하는데, 이용요금은 한 번에 4400원 선이다.
▶TV부터 가슴관리기·드론까지…'트렌드 읽는' 렌털서비스
붙박이 가전제품은 물론 최신 건강관리·IT기기까지 빌려주는 서비스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등장한 TV렌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한번 구입하면 최소 5~10년 쓰는 내구재 가전제품인 TV를 수개월 단위로 빌려주는 것이다. 여러 브랜드의 최신 TV를 보고 싶지만, 사기에는 너무 비싼 경우 이를 렌털 서비스로 대체해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80인치 이상 대형 초고화질(UHD) TV를 포함한 다양한 브랜드의 최신 TV들을 사용해 볼 수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강관리용품은 홈쇼핑·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간단히 렌털이 가능하다. 현대홈쇼핑에서 선보인 '이지케이 요실금치료'·'헤어빔 홈케어 탈모치료' 등 의료기기 렌털 서비스는 방송 때마다 매출 목표의 110%를 넘게 달성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모션베드(전동침대)는 매출 목표 달성률이 최대 210%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롯데홈쇼핑도 올들어 렌털상품 편성 비중을 작년보다 10% 이상 확대하고 상품군도 친환경 전기차, 애완동물 용품, 셀프미용기기 등으로 다양화했다. 롯데홈쇼핑은 여성을 위한 12주 착용 가슴 관리기기인 '이브라 시스템' 렌털 방송을 진행하는가 하면, 반려동물을 목욕시킨 뒤 넣어두면 털이 건조되는 '붐 펫드라이룸'을 방송해 인기를 끌었다. 롯데홈쇼핑의 렌털 부문 매출은 작년보다 16%가량 성장했다.
한편 SK플래닛 11번가가 지난해 6월 오픈한 '생활플러스 렌탈샵'도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안마의자 등 주요 렌털 제품을 한곳에 모은 것으로. 최근 5개월 매출은 개설 초기 당시의 약 2.5배(146%)까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렌털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미래 렌털시장이 새로운 경험과 가치까지 제공해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관련 기기, 스마트워치, 드론 등으로 렌털 서비스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