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베테랑 이대수가 새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의 '한국 적응' 도우미를 자청하고 나섰다.
SK는 7일 새 외국인 타자로 로맥을 영입했다. 로맥은 마이너리그 14시즌 동안 211홈런을 친 타자다. 올 시즌 마이너리그 퍼시픽리그의 엘 파소 치와와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트리플A)에선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4푼7리 11홈런 25타점을 기록했다. 4월의 마이너리그 선수에 뽑힐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역시 관건은 새 리그에 적응하는 것. 베테랑 이대수가 적극적으로 로맥을 돕고 있다.
로맥은 7일 입국한 후 8일 메디컬 테스트를 거쳤다.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선수단에 합류했다. 로맥은 아직 1군 엔트리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10일 경기에 앞서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베테랑 내야수 이대수가 로맥을 살뜰하게 챙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대수는 "컨디셔닝을 할 시간이다"라며 로맥을 불렀고, 로맥은 "알겠다"고 답하며, 훈련에 참가했다. 이대수는 곁에서 몸짓으로 로맥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배팅 훈련에선 같은 조에 속해서, 가장 늦은 시간에 공을 쳤다.
이날 경기 전 트레이 힐만 감독에게 이대수에게 특별히 부탁한 점이 있는 지 물었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그렇지 않다. 혼자서 도와주고 있다"라면서 "이대수는 굉장히 좋은 팀 동료다. 분명 본인도 경기에 뛰고 싶겠지만, 준비하는 역할(백업 임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결코 이기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선수다. 훌륭한 동료다"라고 치켜세웠다.
훈련을 마친 이대수는 "사실 내가 크게 해주는 건 없다. 훈련에서 같은 조이기 문에, 펑고를 받고 훈련을 하면서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 관계자들은 "로맥이 합류한 지 이제 이틀째이지만, 이대수가 먼저 말도 많이 걸고, 밥도 로맥과 같이 먹는다. 훈련을 할 때 잘 한다고 서로 파이팅을 해주고 있다"라고 했다. 이대수는 "외국인 선수를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은 항상 있다. 하지만 로맥은 내야수이고, 같은 훈련조에 속하니 한결 빠르게 친해진 것 같다. 로맥은 성격이 밝아서 첫날부터 선수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인사도 하더라. 첫 인상이 참 좋았다. 반대로 내가 외국에 있다고 생각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대수는 로맥을 대하는 태도 뿐만 아니라, 젊은 선수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는 "팀 일원으로, 고참 선수로 더그아웃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의 기를 북돋아주고, 파이팅을 해주는 게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대수는 "감독님께서 '매일 좋은 분위기'를 강조하신다. 팀이 잘 할 때보다도, 성적이 안 좋을 때 어떻게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최근 선수들이 많이 바뀐 것 같다. 팀 분위기가 항상 좋으니, 긍정적인 시너지가 나고, 지고 있을 때도 질 것 같지 않은 기분이다"라고 덧붙였다.
힐만 감독이 훌륭한 팀 동료라고 칭찬했다고 하자, 이대수는 "선수들마다 성향이 다를 것이고, 야구를 잘 할 때와 못할 때가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잘 할 때 이기적이었던 적도 있었다. 야구가 잘 안 될 때 어려움도 겪어봤다. 팀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셨더니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베테랑 이대수의 독려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새 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로맥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가 되고 있다. 이 역시 SK의 좋은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장면이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