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
한화 이글스 유격수 하주석은 지난해 1군에서 115경기를 뛰었다. 2012년 1차지명 선수로 입단한 하주석은 팀내 대형 유망주였다. 2015년 상무를 제대하고 복귀했고, 지난 시즌이 그에게는 의미있는 출발이 됐다. 본격적인 1군급 선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하주석의 최대 장점은 유격수로써 가진 수비 잠재력과 공격에서의 펀치력. 지난 시즌도 타율은 2할7푼9리에 불과했지만 홈런 10개와 57타점을 쓸어담았다. 결승타도 여러 차례였다. 그러나 수비에서 결정적인 실수도 여러번 나왔다. 지난해 여름 평범한 뜬공 타구를 놓쳐 팀이 역전패 했던 악몽도 있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하주석에게 경기 후 특별 수비 훈련을 지시했었다.
극과 극을 오가며 1군에서의 1년을 보낸 하주석은 올 시즌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수 모두 눈에 띄게 발전했다.
주전 유격수로 31경기를 뛰면서 실책은 1개 뿐. 강한 어깨를 앞세워 어려운 타구도 훨씬 더 쉽게 처리하고 있다. 유격수는 실책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다. 그만큼 수비가 쉽지 않다. 리그 전체 수비 실책 상위권이 대부분 각팀의 주전 유격수인 것만 봐도 그렇다. 대표팀 유격수인 두산 베어스 김재호도 올 시즌 벌써 5개나 실책을 했고,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도 3실책을 기록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19실책을 했던 하주석의 성장이 의미있다.
공격도 좋아졌다. 타율 3할2푼에 4홈런, 16타점. 지난 6일 대전 kt 위즈전에서는 4타수 4안타 2홈런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연타석 홈런을 친 것은 프로 데뷔 후 처음이다. 최근 10경기로 좁히면 타율은 3할7푼2리까지 오른다.
김성근 감독도 하주석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다. 김 감독은 "공격과 수비 모두 집중력이 생겼다. 특히 작년보다 수비를 할 때 스타트가 훨씬 빨라졌다. 스타트가 빠르니 바운드에 대처하는 능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기다려서 수비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팀을 '들었다 놨던' 하주석의 실책, 호수비, 맹타 열전도 기억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이제 재미를 붙인 모양"이라며 웃었다.
한화는 지난 몇년간 마땅한 유격수가 없어 고민했었다. 베테랑들이 번갈아가며 유격수롤 맡았으나, 젊은 선수들이 확실히 성장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경험을 밑천 삼아 발전하고 있는 하주석이 모범 정답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전=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