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4월이었다.
삼성 라이온즈가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2대13으로 졌다. 투타가 모두 붕괴됐다. 부상에서 복귀한 우규민이 4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고, 구원 투수들도 4사구를 남발하며 무너졌다. 지난 2경기에서 살아나는 듯 했던 타자들은 10안타를 치고도 2득점에 그쳤다. 올 시즌 삼성 전력을 보여주는 듯한 경기였다. 4월까지 4승2무20패, 승률 1할6푼7리. 1위 KIA 타이거즈에 무려 13경기 뒤진 '꼴찌'다. 2015년 신생팀 kt 위즈(4월 3승19패, 승률 1할3푼6리)와 비슷한 성적이다. 26경기를 치르면서 연승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핵심 전력이 FA(자유계약선수)로 팀을 떠났다. 과감한 투자보다는 내부 육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나마 외부 FA 시장에서 투수 우규민과 내야수 이원석을 데려왔다. 리그 최하위권 전력이 예상됐지만, 이정도까지 부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개막 초반 7연패를 당한 삼성은 최근 다시 8연패에 빠지며 압도적 최하위가 됐다. 8연패를 끊은 뒤에는 다시 패배. 올 시즌 연승이 없는 유일한 팀이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삼성 마운드에는 믿을 구석이 없다. 팀 평균자책점은 5.87로 최하위다. 선발 투수 중에선 재크 페트릭(1승3패 평균자책점 3.26)이 기복 없는 피칭을 하고 있다. 타선 도움을 받지 못해 6경기 만에 첫 승을 따냈다. 우규민은 시즌 초 호투했지만, 득점 지원이 부족했다. 최근엔 부상이 겹치면서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활을 노렸던 장원삼(1승)은 구위 저하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윤성환(1승)도 기복을 보이고 있다. 구원 투수들도 평균자책점이 5.79로 부진하다. 권오준, 장필준, 심창민 등 필승조도 경기 중반 추가점을 허용한다.
공격은 시즌 초 연패의 주범이었다. 팀 타율이 2할5푼9리로 9위다. 제대 후 복귀한 김헌곤이 팀에서 가장 높은 타율 3할4푼1리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이 6할3푼6리로 리그 전체 1위다. 그러나 중심 타선의 부진이 뼈아프다. 성적 부담 때문인지 구자욱과 이승엽이 처져있다. 그나마 이 둘은 29일 대구 SK전에서 홈런을 쏘아 올리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5번 타자로 꾸준하게 출전하고 있는 이원석이 흐름을 끊고 있다. 김한수 감독의 무한 신뢰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 아무리 많은 안타를 쳐도 득점권에서 결정타가 나오지 않으면 소용없다. 마운드가 약해 1~2점차 승부에 약하다. 결국 타선에서 대량 득점이 나와야 해볼 만한 경기가 된다. 투타 엇박자가 나면서 총체적 난국이다.
삼성은 1군 엔트리에서 빠져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1선발로 기대를 모은 앤서니 레나도는 5월 중순쯤 1군에 복귀할 예정이다. 정규 시즌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김한수 감독은 원투 펀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외인 타자 다린 러프는 5월 2일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퓨처스리그에서 이전보다 배트 스윙이 빨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1군은 또 다르다. 어쨌든 현재로선 외국인 선수들이 복귀해서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로 보인다.
변화가 없다면, 최악의 4월은 시즌 전체의 모습이 될 수 있다.
대구=선수민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