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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듀! 홍성흔 "언젠가는 국내 감독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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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만에 나타난 홍성흔은 살이 꽤 빠져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훈련량이 엄청나다. 새벽부터 준비해야 하고 영어도 배워야 하고 하는 일이 많다. 15㎏ 정도 빠졌다"고 했다. 두산 베어스 구단이 자신의 은퇴식을 연다는 연락을 받고 지난 28일 귀국했다고 한다. 코치 연수를 받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루키팀 측에도 양해를 구했다. 두산과 롯데 자이언츠에서 18년을 뛴 홍성흔 은퇴식이 30일 양팀간 경기에 앞서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두산은 홍성흔 은퇴식을 기획하면서 이왕이면 4년을 활약한 롯데와의 홈경기로 잡기로 하고 이날로 무대를 마련했다.

이날 두산 선수들은 홍성흔이 입단한 1999년 당시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홍성흔은 은퇴식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서 "작년말에 은퇴 발표후 인터뷰를 하지 않은 걸 잘 한 것 같다. 오늘 기자분들도 많이 오시고 내 마음도 편하고 정리를 해서 말씀드릴 것도 있고 하니 그렇다"면서 "오늘 1분 정도 분량의 은퇴사를 준비했는데, 혹시 읽다가 눈물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며 특유의 호쾌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홍성흔은 "지난 2월에 미국으로 넘어가 샌디에이고 루키팀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식은 아니지만 인턴 코치로 포수랑 타격 파트를 맡아서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구단에서도 노력을 했지만 박찬호 선배가 그 팀을 알아봐주셔서 소개로 진행을 하게 됐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그는 "코치들은 4시반부터 일어나서 웜업에 참여해서 선수들 훈련시키고 메이저랑 마이너 차이를 엄격하게 두더라. 훈련량도 엄청 많고 선수가 원하면 코치는 또 원하는 만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선수 시절보다 체중이 줄만도 했다.

그래도 미국 가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홍성흔은 "(영어가)난 제자리인 것 같은데 박찬호 선배가 와서 보고는 '너 적응력 하나는 끝내준다'는 말을 들으니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 3개월 정도 공부했고, 우리 용병 제도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니퍼트, 에반스, 이전에 우즈 등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해서 빨리 적응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면서 홍성흔은 자신의 목표를 분명하게 밝혔다. 지도자로서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미국서 코치로 열심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씀들 하시는데 도전을 해서 정식코치 자격을 얻고 싶다. 언제까지 기약은 없다. 코치로 인정받을 때까지"라고 힘주어 말했다.

두산 감독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줘야 하는 것이다. 은퇴한 많은 선수들이 감독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제의가 온다면 당연히 할 의향이 있고 도전해보고 싶다"면서 "감독도 열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같이 뛴다는 마음으로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11월 홍성흔 은퇴 소식이 나오면서 방송사에서 제안이 쏟아졌다고 한다. 평소 원만한 인간관계와 뛰어난 언변, '끼'를 고려했을 때 방송계로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홍성흔은 "방송 쪽에서 정말 많은 콜이 왔다. 서장훈씨, 안정환씨처럼 MC 자리도 주겠다는 데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연예계 생활을 선택한다면 마음이 너무 불편할 것 같더라. 여태까지 야구했던 사람이고 선수들하고 땀흘리면서 하는게 마음이 편하다. 해설도 코치 도전 때문에 미뤄뒀다"고 했다.

홍성흔은 "1999년 신인상, 2001년 내가 포수로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에 있었던 것, 2015년 선수들과 함께 또 우승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2000안타를 쳤다"면서 "팬들의 사랑을 먹고 여기까지 왔다. 실력으로 왔다고 생각 안한다. 선수 생활을 연장하면 팬들의 사랑을 더 잃을 것같다는 생각에 (은퇴를)결정했다. 마지막까지 여기서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