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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대통령 바로 나②]바른정당 유승민"체육예산 2배↑, 체육청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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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들의 체육 정책과 공약을 살펴볼 기회를 마련했다. 스포츠조선이 5명의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체육 관련 공통 질문을 던졌다.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전 쉽게 접하기 힘든 체육 관련 특화된 정책 비교의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체육인이라면 학연, 지연보다는 체육 분야에 관심이 많고, 개념이 있으며, 발전시킬 의지가 있는 후보를 지지하는 게 맞다. 광의로는 전 국민의 스포츠 주권, 협의로는 650만 체육인들, 스포츠 꿈나무의 미래가 걸린 선택이다. 진정한 '스포츠 대통령'은 과연 누구일까. 각 후보별 체육 정책을 기호 역순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나는 스포츠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 비서진 중엔 아시안게임 레슬링 동메달리스트도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59)는 지난 9일 체육학자, 체육 유관단체 관계자 및 지도자,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등 2000여 명이 운집한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서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이날 현장에 대선 후보 중 가장 먼저 도착해 1시간 넘게 체육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체육과 체육인들을 향한 진정성을 내비쳤다. 1987년부터 13년간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일하던 '직장인' 시절, 동호인 팀에서 야구를 즐겼다. 기관 대항전, 마지막 타석에서 역전 홈런을 친 짜릿한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보수의 새희망'을 표방하는 유 후보는 자타공인 경제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치다 미운털이 박혔다. 19대 대선 토론에서도 상대 캠프 공약의 실질적 재원 문제, 실현 가능성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유 후보는 체육 공약에 있어서도 경제학자다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공약의 핵심은 체육 예산 증액과 체육청 설립이다. 체육계의 '체육예산 1% 증액' 요구에 대해 "현 예산의 2배를 올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2017년도 국가 총예산이 400조7000억원이다. 그중 체육 예산은 1조5000억원, 0.38%다. 1%면 당장 4조원에 이른다. 1조5000억원을 순식간에 4조원으로 당장 올려주겠다고 약속하면 거짓말이 될 수 있다. 0.38%를 임기 5년안에 최소한 2배로 올려서 체육인들의 모든 활동이 뒷받침되도록 하겠다"고 실현가능한 약속을 던졌다.

체육 정책에 힘을 실어줄 '대통령 직속 체육총괄위원회' 설립 제안에 대해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어 내실있게 한 적이 많지 않다"며 실질적 효과에 의구심을 품었다. "물론 문체부에서 체육 부문을 별도로 독립시켜 국민을 위해 일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저는 체육총괄위원회보다 더 효과적이고 강력한 체육청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체육공약]

-체육정책에 대한 철학과 방향성은?

▶1920년 조선체육회가 창립됐다. 3년 후인 2020년이면 대한민국 체육사가 100년을 맞이한다. 배 고프고 어렵던 시절, 체육인들이 세계 각지에서 보내온 승전보들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됐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 대한민국에서 스포츠는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지난해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도 이뤄졌다.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책임질 체육의 역할과 비중이 증대한 데 비해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담조직의 규모와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사태로 인해 체육계 전체가 매도되며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체육계에 오래 남아있던 부조리, 비리,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고 공정하고 투명한 체육 행정 시스템을 정착시켜나가겠다. 특정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바른 행정이 선행돼야 한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학교체육과 장애인체육이 어우러지는 부문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인프라의 사후활용 대책과 성공 개최를 위한 방안은?

▶평창동계올림픽 모든 시설물의 사후 활용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개·폐회식장으로 사용될 메인스타디움은 4만 석 규모의 대형 시설물로 활용 방안의 효율성 두고 많은 논란이 있다. 메인스타디움이 건설될 횡계리는 인구가 약 4000명에 불과하다. 강릉과 원주 등 장기적으로 인접 주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대규모 사업이 필요하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한 교통시설 확충으로 서울과 인천공항에서 1시간 30분 내 항공, 철도, 고속도로 등을 이용해 개·폐회식장 도달이 가능해진다. 강원도가 양양공항 활성화를 위해 국제선 38개, 국내선 2개 등 총40개 노선을 개설, 공항 이용객 50만 명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향후 개·폐회식장을 케이팝(K-POP) 상시공연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문화 한류와 스포츠 한류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소외된 여성 스포츠와 학교 체육 활성화 방안은?

▶장기적으로 여성 스포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학교체육을 통해 운동에 대한 여학생들의 친근감을 높이고 자연스러운 평생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탈의실, 샤워실 등 시설 인프라를 구축하고 여학생 맞춤 종목을 개설하는 등 운동하고 싶은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 교육대학, 사범대 입학 과정에서 스포츠클럽 활동 등 체육활동을 반영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학생선수들의 학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는 오래됐다. 그러나 공부와 운동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대안 없는 제도는 오히려 학생선수들의 자율성과 인권을 침해하는 폐해를 낳을 수 있다. 권역별로 나뉘어 시행되는 '주말리그제'는 이동거리에 따른 비용 증가와 학생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방학 리그'는 가장 더울 때, 가장 추울 때 가장 열악한 조건에서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예산이 들겠지만 훈련, 대회참가 기간 동안 수업 결손을 보충해 줄 맞춤형 교습 프로그램과 강사 보강 등 학생들이 지치지 않고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통합된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의 상생 발전에 대한 견해는?

▶체육을 통해 전 국민이 하나가 돼 간다는 의미가 통합의 목적이다. 리우올림픽에서 12년간 우리에게 뒤처졌던 일본이 우리를 앞섰고 영국은 '스포츠 강국' 중국을 제치고 종합 2위에 올랐다. 일본은 2015년 장관급 부처인 스포츠청을 설치했고, 영국은 1997년에 스포츠 복권 프로젝트를 가동, 메달 유망 종목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실이었다. 우리도 이처럼 엘리트 체육에 대한 장기 플랜을 체계적으로 시행해 국제무대에서 스포츠 강대국으로서의 면모를 유지하는 한편 생활체육과의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전국민이 건강하게 평생 체육을 즐길 수 있도록 생활체육 시설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행사'를 위한 생활체육이 아닌 실질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국민 건강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현실에 맞게 엘리트와 생활 체육의 기반을 골고루 다져가야 한다.

-제2의 정유라사건 방지를 위한 체육특기자 관리 대책은?

▶K스포츠, 미르재단 등의 사태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이 체육계다. 이번 일로 인해 체육계 전체를 '불공정'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체육특기자 선정 등 소위 '특혜'라 불리는 정황이 포착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다. 대학 역시 초,중,고 학생선수와 마찬가지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대회 참가 및 훈련으로 인한 수업 결손을 대학 자체적으로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 지원은 없이 규제만 강화하면 운동을 하고자 하는 선수층은 지금보다 한층 얇아져 곧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미국과 호주 등 스포츠 강국에는 운동선수들의 전공이 체육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또 수업 스케줄과 성적 관리를 도와주는 '튜터(개인 지도교사)'도 있다. 체육특기생의 입시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대학과 사정당국의 철저한 지휘 감독과 함께 학생선수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지에 대한 견해는?

▶국민 행복과 삶의 질을 책임질 체육의 역할과 비중이 증대한 데 반해 전담조직의 규모와 예산은 많이 부족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체육 기능을 분리해서 별도로 독립시킬 필요성이 있다. 지난 9일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서 대통령직속 체육총괄위원회 신설에 대한 요구가 있었는데 오히려 위원회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체육청'을 만들겠다. 체육인을 지원하는 컨트롤 타워에서 체계적 행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포츠토토 기금 공정분배를 위한 개선 방안은?

▶2017년 정부예산이 400조 7000억 원이다. 이중 우리 체육관련 예산은 0.38%인 1조 5000억 원에 불과하다. 체육단체는 통합돼 조직은 커지고 역할도 늘어났는데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 2008년부터 문체부는 체육 일반회계사업을 기금으로 전면 전환을 시작해 2014년에는 국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들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전국체전 시설 건립, 국가대표 선수 양성, 국제대회참가 사업 등도 기금으로 이관됐다. 2016년 예산부터 기금간 전출의 일환으로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500억원이 전출되는 등 체육 예산의 불안정성과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정한 분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분배를 받지 못하는 곳이 없도록 성장을 늘려야 할 것이다. 현재 0.38%에 불과한 체육예산을 적어도 2배로 올려야 예산 배분으로 인한 부문간 갈등과 반목을 잠재우고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체육인들의 모든 활동이 잘 뒷받침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가적 체육행사들이 잘 추진되도록 힘을 보태겠다.

-스포츠 존립을 위협하는 부정행위 방지 등 공정한 스포츠 생태계 구축을 위한 방안은?

▶완벽한 제도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선수, 지도자, 심판, 체육 관련 임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대한체육회 산하에 있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독립시켜 외부 압력 없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곳에서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강력한 처벌을 통해 재발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

-다문화 가정과 장애인 등 소수자를 위한 스포츠 정책 방향은?

▶국내 등록 장애인 수는 전체 국민의 약 5%인 250만 명, 그중 절반이 넘는 130만 명이 지체장애인이다. 체육활동은 신체적 재활뿐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이웃과의 연결 통로도 될 수 있다. 비장애인 누구나 잠재적 장애인임을 감안할 때 장애인에 대한 체육활동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생활체육 시설 및 지도자 지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스포츠 웰빙을 통한 스포츠 복지, 전 생애에 걸친 스포츠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 체육의 가치는 '배려'를 통해 자연스러운 인성 교육을 함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체육활동을 통해 다문화 가족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부모와 함께하는 스포츠 교실 등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과 사회통합에 자연스럽게 기여할 수 있다.

-평소 좋아하고 실제로 즐기는 스포츠 종목은?

▶야구를 좋아한다. 어릴 때, 야구를 매우 좋아해서 직장 다닐 때까지도 야구를 열심히 했다. 198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입사하면서 '오이코스(OIKOS, 집, 공동체라는 뜻의 그리스어)'라는 동호인 팀을 만들었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잊지 못할 홈런의 추억도 있다. 1990년 '부총리배 중앙행정기관 야구대회' 예선전에서 해운항만청팀과 맞붙게 됐는데, 당시 MBC청룡 2군에서 뛰던 선수가 후반에 등판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내가 마지막 타석에 섰는데 공이 워낙 빨라서 아무리 쳐도 파울볼만 나오다가 '2스트라이크 3볼' 상황이 됐다. 투수는 화가 났는지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가운데쪽으로 속구를 뿌렸는데, 나는 '어차피 모 아니면 도인데,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빠른 직구를 놓치지 않고 휘둘렀다. 공이 쭉쭉 뻗더니 담장을 훌쩍 넘겼다. 그해 KDI는 창단 이래 처음으로 4강에 올랐고 나는 감투상을 받았다. 그때 친 홈런볼(사진)은 지금도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