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는 올시즌 김광현이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쉼에 따라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가 1선발을 맡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을 앞에서 이끌어야 하는 켈리에 대한 의존도가 지난해보다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시즌 초부터 스태미나 관리가 중요한 과제다. 켈리는 지난 12일 인천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8이닝 6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삼진은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11개를 잡아냈다.
지난해보다 구위와 경기운영 모두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아직 시즌 첫 승을 올리지 못했을 뿐 3경기서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150㎞에 이르는 빠르는 공과 체인지업, 커브, 커터 등 변화구 제구력도 이상적이다. 투구수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안정적인 제구력 덕분이다.
이날 롯데전서도 101개의 공을 던져 완투를 바라볼 수 있는 페이스였다. 그러나 SK는 9회초 투수를 마무리 서진용으로 교체했다. 서진용이 동점을 허용해 켈리의 선발승은 물거품이 됐다. 다행히 SK는 연장 12회 최 정의 끝내기 안타로 2대1로 승리했다.
마운드 교체는 전적으로 트레이 힐만 감독의 결정이었다. 힐만 감독은 13일 롯데전을 앞두고 전날 켈리의 교체 상황에 대해 "켈리는 지난해 200이닝 이상을 던졌다. 시즌 초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90개에서 15~20개 정도 더 던질 수도 있다고 봤다. 9회 교체는 내가 결정했고, 켈리도 이해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켈리로서는 시즌 첫 승을 눈앞에 두고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터. 힐만 감독은 "켈리의 승리를 챙겨주고 싶었지만, 시즌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같은 상황이 와도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며 "오늘 나오는 투수도, 내일 나오는 투수도 (투구수 관리는)똑같다"고 잘라 말했다.
켈리는 지난해 31경기에서 200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68로 맹활약했지만, 9승 밖에 챙기지 못했다.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올해도 이같은 불운의 조짐이 시즌 초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켈리는 "이런게 야구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팀이 이기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